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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규제 압박' 매파 본색


입력 2021.12.02 06:00 수정 2021.12.01 11:0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성장 지원' 손도 내밀었지만

가계부채 압박 '이슈 블랙홀'

고승범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그 동안의 행보는 매파 출신의 본색을 드러낸 규제 수장으로 요약된다.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지만, 결국 강경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 정책이 모든 이슈를 뒤덮은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로 대출 금리 상승폭이 커지며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 위원장이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규제 흐름을 이어갈 지 여부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번 달 8일로 임기 100일을 채운다. 2016년부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를 지켜오던 고 위원장은 지난 8월 5일 청와대로부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고,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같은 달 31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고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과의 소통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0월 말 은행권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각 업권과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며,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와의 규제 차별 해소와 새로운 플랫폼 사업에 나서기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요청해 왔다.


고 위원장은 은행권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그룹이 하나의 수퍼앱을 통해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는 "보험사 앱이 생활 속 원앱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오픈뱅킹 참여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커지는데 효과는 '글쎄'


하지만 고 위원장의 행보에서 보다 주목을 받은 건 역시 가계부채 규제였다. 고 위원장이 수장이 된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대출 증가세를 축소하라는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묶겠다는 가계부채 관리 방침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사실 고 위원장의 이 같은 방침은 인사 내정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고 위원장은 한은 금통위 시절부터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의원으로 꼽혀 왔다. 고 위원장은 올해 7월 본인이 참석한 마지막 금통위에서 홀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고 위원장이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가계부채 규제를 진두지휘했음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대출은 174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7조원이나 늘면서 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증대를 견인한 주택담보대출만 969조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2016년 4분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부작용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은행권이 속도조절을 이유로 금리를 올려 잡았고, 이 때문에 차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은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1.0%로 올리는 동안 은행의 대출 이자율은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3.26%로 전년 동월 대비 0.87%p나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4.62%로 같은 기간 대비 1.76%p 급등했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 기조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으로부터 내년에도 연간 4% 수준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대출 관리 계획을 접수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계부채를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총량 관리보다는 각 시장과 업권의 환경에 맞는 세밀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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