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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치료가 아니라 방치…하루 2번 앱에 건강상태만 입력"


입력 2021.12.01 05:35 수정 2021.11.30 22:35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정부, 입원 필요한 대상자만 입원할 수 있어…필수적 사유에는 외출도 허용

재택치료 환자 "사실상 휴대전화 집에 두고 외출해도 될 정도의 관리만 받아"

"재택치료시 가족 감염과 응급상황 왔을 때 바로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

전문가 "재택치료, 확진자 급증 우려…모니터링 인력 충원·확진자 연령 구분해 대상자 선정"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에 코로나19 재택치료환자 모니터링 상황실이 마련돼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앞으로 모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입원 요인이 있거나 주거 시설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등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시설에 입원·입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택치료를 받았던 확진자들은 함께 생활하는 동거인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재택치료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는 확진자를 증가시키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하며 7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병원 치료를 통해 증상 모니터링을 한 후 재택치료로 전환하는 등 재택치료 대상을 구분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통해 재택치료 확대와 병상 확충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입원 요인이 없는 70대 미만의 무증상·경증 확진자 중 재택치료에 동의한 환자에만 재택치료를 시행해왔으나 이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입원이 필요한 대상자만 입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동거인 등 공동 격리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병원 진료나 폐기물 배출 등 필수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외출도 허용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며칠 전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마친 김모(27)씨는 "재택치료는 치료가 아닌 방치다. 사실상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면 외출해도 될 정도의 관리를 받았다"며 "하루에 2번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에 건강 상태를 입력하는 것이 전부였고 이마저도 산소포화도 등 수치가 낮게 측정되면 다시 측정하라는 말만 돌아왔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열흘 중 2번 의료진과 통화했는데 당시 숨이 찬 느낌이 있다고 말했더니 의료진은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할 뿐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며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게 되면 치료와 격리가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달 중순 재택치료를 마친 30대 A씨는 "재택치료시 가족 감염과 응급상황이 왔을 때 바로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됐다"며 "보건소와 담당 병원, 재택치료팀이 환자와 연락을 주고받는데,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증상이 가벼운 확진자의 경우 재택치료로 충분하지만 고위험군 확진자는 무조건 병원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재택치료로 일원화되면 인력충원 등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는 마음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재택치료 대상자들에게 보급되는 '건강관리세트' 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재택치료를 택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재택치료는 오히려 확진자를 증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재택치료가 증가하게 되면 모니터링 인력을 충원하고 확진자 연령을 구분해서 재택치료 대상자를 정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는 치료라고 볼 수 없다. 같은 공간을 쓰는 가족 감염과 재택치료 환자가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복도 등에서 감염될 확률이 증폭돼 오히려 확진자를 증폭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그 기간 동안 좋아지는 사람은 좋아지고 악화되는 사람은 악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도 구급차가 상시 대기할 수 없고, 구급차 수도 부족하기 때문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개인 병원에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확보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개조해 치료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와 교수는 "확진자는 증가하는데 제한된 의료자원을 갖고 있다 보니 재택치료를 선택한 것일 뿐, 정부도 재택치료가 안전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며 "다만 재택치료 모니터링 참여 인력 등 의료진을 늘려야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료인력 확충과 연령 구분을 통한 재택치료 대상 구분 등으로 재택치료를 대비해야 한다"며 "70대 이상 환자는 재택치료가 아닌 무조건 병원에서 증상을 모니터링한 후 재택치료로 전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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