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간호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유족은 태움 의혹 제기
남자친구에게 "다니기 싫다, 죽고 싶다" 토로하기도
근로계약서엔 5개 특약사항…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법 지식 알아야
지난 16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 A씨가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유족은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이 원인이라는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A씨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나눴던 남자친구는 A씨가 병원에서 근무했을 당시 겪었던 괴롭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A씨는 상습적으로 모욕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간호사 일에 대한 열망이 강해 1년 경력을 채우기 위해 버티고자 했지만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일이 무산되면서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상사에게 "60일 뒤에 퇴사가 된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고, 그의 남자친구는 "외래도 안 보내주는데 퇴사까지 못 시켜주는 것에 '너무 다니기 싫다, 그냥 죽고 싶다'라고 그때부터 말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A씨가 병원과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5개의 특약 사항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근로계약자는 사용자의 계약해지 등이 없는 한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소 1년 근무할 의무가 있다', '근로계약자가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최소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 등이다. 또 계약서 4항은 '근로계약자가 1~3항을 위반해 병원에 손해 및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3항 이행을 강제하도록 하기 위한 배상책임도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근로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무효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을 모르는 근로자라면 대부분 계약서상 근로 기간을 지켜야 해 퇴사할 수 없고 특히 손해배상도 해야 할 것처럼 느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A씨도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힘들어도 지금 당장 퇴사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또 퇴사한다고 하더라도 위약금을 물게 되지는 않을까 두렵지 않았을까.
근로자 스스로 노동법에 대해 알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또는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조항을 구분하고, 회사 내에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부당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등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자 혼자서도 노력해야겠지만 노동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불합리한 것들로 인해 근로자가 극단으로 내몰리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