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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1인 7역' 윤계상의 피·땀·눈물 이 만든 '유체이탈자'


입력 2021.11.24 08:28 수정 2021.11.24 08:2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윤재근 감독 연출

"'나를 찾아간다'는 철학적 주제도 즐기길 바라"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난 차 밖에서 깨어났고, 총상을 당했다. 자신이 누군지, 왜 사고를 당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병원에서 유리를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은 내가 아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12시간 후 다시 내 얼굴과 몸이 바뀌어 있다. 자신의 정체를 찾으려는데 나를 쫓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나는 누구일까.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강이안이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이다. 2017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688만 명의 흥행을 쓴 '범죄 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재회한 작품이다.


강이안(윤계상 분)이박실장(박용우 분), 이부장(유승목 분), 유대리(이성욱 분), 고중사(홍기준 분), 백상사(서현우 분), 지철호(이운산 분) 7명의 몸을 옮겨 다니며 '진짜 자신'을 찾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초반에는 주인공인 강이안과 관객 모두가 왜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됐는지 모른 채 진행되기 때문에 답답함을 자아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국가정보요원이란 사실과 빙의된 사람의 공통점, 일의 윤곽을 잡아갈 때마다 관객들의 시야도 선명해진다.


영화가 답답함에서 경쾌한 리듬을 찾아가는 데까지는 윤계상의 화려한 기술과 타격감 넘치는 액션 연기의 공이 컸다. 사방에서 이어지는 공격에 습관처럼 나오는 강이안의 액션과 빙의된 사람의 신체적 성향을 고려하면서도 모두 한 사람이 보여주는 통일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강이안을 연기한 윤계상의 내공과 노력이 '범죄도시'의 장첸의 존재감을 지운다.


'유체이탈자'의 이야기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없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윤계상의 연기만으로 볼 가치가 있다. 강이안의 외로운 사투를 통한 윤계상의 액션, 감정 연기 모두 방점을 찍었다.


윤계상과 함께 빛나는 인물은 악역을 맡은 박용우다. 그동안 선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박용우는 단정한 얼굴 뒤 잔혹한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윤계상의 대척점에서 공기마저 숨죽이게 만드는 그의 존재감이 긴장감을 담당한다.


윤계상의 액션 연기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속도를 높이지만, 후반부 이 사건의 원인이 개연성을 떨어뜨리며 브레이크를 건다. 극적인 재미도, 납득도 되지 않는 사건의 발단이 아쉽다.


그러나 개봉 전부터 '유체이탈자'의 시작은 밝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확정했으며 해외 107개국에서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24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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