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은마 등 강남·여의도 주요 정비사업 단지 줄줄이 참여
동시다발 사업 추진시 전세시장 불안 우려
"재초환·분상제 등 걸림돌, 국토부 협조 없이 브레이크 걸릴 듯"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에 서울 도심 내 간판급 정비사업 단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하지만 실제 첫 삽을 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시가 참여해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해 주택공급 속도를 앞당긴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여전히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이주수요가 늘어 현재 불안한 전세시장 불안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여의도, 강남권 일대 주요 단지들이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해 정비사업에 나선다. 세부적으로는 ▲여의도 시범 ▲대치 미도 ▲송파 장미1·2·3차 ▲송파 한양2차 ▲고덕 현대 ▲구로 우신빌라 ▲미아 4-1 등 재건축 단지 7곳과 ▲신당동 236-100 ▲신정동 1152 일대 등 재개발 구역 2곳 등이다.
1호 사업지인 신림1구역 등 기존 11곳에 더해 현재까지 총 20곳의 신속통합기획 사업지가 선정됐다. 시는 앞서 진행한 공모에 따라 연내 25곳 안팎의 민간 재개발 구역을 선정해 내년까지 총 50곳 정비사업 지역에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단 목표다.
최근 대치동 은마와 신반포2차도 사업 참여를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 작업에 착수한 데다 여의도 삼부와 목화아파트도 사업 추진을 위한 예열작업에 들어가 향후 사업지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도심 내 주요 단지들이 거론되면서 사업이 순항할 경우 주택공급 효과도 더 극대화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겹겹이 규제와 전셋값 상승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등 임대차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에 추가된 재건축 단지들은 대규모 이주수요 발생이 불가피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존 다주택자들의 재고주택이 임대시장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촉진되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지역의 경우 특히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존 생활권이 보장되는 해당 지역이나 인근 지역으로 이주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매매시장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 같은 우려에 따라 단계적 공급계획을 통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재건축 첫 단추로 불리는 안전진단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및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도 걸림돌이다. 정부의 협조 없이 서울시가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안정세 길목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서진형 학회장은 "시가 사업계획승인 절차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많은 단지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업계획에 들어가게 되면 재초환이나 분상제 등으로 망설이는 단지들이 생길 것"이라며 "국토부의 협조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재건축보다 재개발 위주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신속통합기획에 신청한 대규모 단지들은 현 정부보다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내년 초까지는 선거 이슈가 계속 맞물리기 때문에 서울시도 지금 당장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