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대장동 대하드라마 '실체' 단초 되나
지지부진 검찰 수사 …이재명·정진상 소환 조사는 불투명
일부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대하드라마'에 빗댄다. 내용과 혐의가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아 전개를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장동 수사를 다루는 이 대하드라마의 핵심은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당시 진행된 대장동 개발로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7명이 수천억 원대의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누가 특혜를 주고, 어떻게 로비가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대하드라마를 가능하게 한 앞선 이야기, 즉 '프리퀄 드라마'가 있다. 바로 황무성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 의혹이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부당한 사퇴 압력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며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본부장이 사퇴를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시장'이 7차례, '정 실장'이 8차례 등장하는데 이는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캠프 총괄부실장)으로 지목된다.
건설사 임원 출신인 황 전 사장은 당시 지분율에 따라 개발 이익을 가져가자는 입장이었다. 대장동 사업이 부동산 호재로 큰 수익을 봤을 때 성남시가 초과 이익 환수할 수 있었던 중요 조항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후 임기가 절반 가량 남아있던 황 전 사장은 특별한 결격 사유도 없이 사직했고,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민간사업자 선정 등 대장동 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은 민간사업자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준 대장동 의혹의 전제이자, 핵심 단초였던 셈이다.
이 프리퀄이 중요한 이유는 '윗선'의 직권남용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사퇴를 강요한 유한기 전 본부장 선에서는 사장 퇴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성남시장 등 '윗선'의 지시 없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퇴 압박'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의지와 능력이 의심될 만큼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선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지 1달이 가까워지는데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에 대해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고 향후 일정도 불투명하다. 정 전 실장은 이 후보가 공식 인정한 최측근이자, 윗선 수사로 나갈 수 있는 중요 인물이다. 정 전 시장을 수사하지 않고 윗선의 혐의를 밝혀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수사 역량을 더욱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사퇴 압박'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시 공소시효는 7년으로, 내년 2월 대선 직전 만료된다. 이 후보의 직권남용 혐의조차 성립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면 이 후보의 배임 혐의 수사 역시 나아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
'대장동 의혹'의 대하드라마를 끝낼지, 또 다른 후속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올지는 현 검찰의 수사에 달려있다. 검찰이 제대로 처분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 뒤늦게 직무 유기 비위가 적발되면 검찰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이 출발하면 검찰의 미진한 수사 역시 수사 대상이다. 벌써 국민은 길고 긴 대하드라마에 피로를 호소한다. 졸속 수사도 경계해야 하지만 미적거리나 뭉개려는 꼼수를 부려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