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금감원 입성 후 12일 취임 100일
감독 기조 '규제' 에서 '지원'으로 선회
"자율성 확보 좋지만 신뢰 흔들릴 우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00일을 앞둔 가운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 취임 전부터 금융사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지원을 강조하면서 감독방향을 바꾼 것은 시장중심적으로 바꾼 것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방향 변화에 금융소비자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금감원 내부 신뢰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여부가 향후 임기 성공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은 다음날 취임 100일을 맞는다. '소통'과 '지원'을 강조하며 지난 8월 6일 공식 취임한 정 원장은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내세웠던 강력한 금융감독 기조에서 벗어나 친시장적인 행보를 강화했다. 그 결과 정 원장은 금융사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종합검사 대신 유연한 대응 및 자율적인 감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감독 방향을 선회했다.
이 같은 정 원장의 행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는 편이다. 우선 감독 대상인 금융사는 정 원장의 기조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 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금융그룹 회장과의 간담회와 9일 열린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위험의 선제적 파악 ▲사전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 상시감시 기능 강화와 리스크 중심 검사 방침을 공고히 내세웠다.
그 결과 정 원장은 이번 달 중 진행될 예정이던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의 종합검사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며 임직원에게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금감원이 향후 사후처리·제재보다는 예방적 목적의 검사를 운영하는 방향을 천명한 만큼 추후 종합검사가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금융사기 피해자는 정 원장의 행보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금감원의 수장이 금융감독 기조에서 후퇴하고 있어 자질이 의심되는 만큼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본연의 업무에 맞게 처신하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 원장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 책임론이 불거지는데, 정 원장이 친시장적 시그널을 계속하면 내부 직원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취약해진 감독 체계로 라임·옵티머스와 같은 사고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반응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정 원장의 향후 행보를 파악하기 위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껏 지원 중심의 감독기조를 강화해왔던 만큼, 피해자 구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안건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 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강력한 제재안을 기조로 내세웠던 과거 금감원의 방식에 비해 현재 상황이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자율적인 시장 상황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금감원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신중론을 이어가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