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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구 써도 안찢어져"…금호 NB라텍스, 이유 있는 1위 비결


입력 2021.11.08 06:01 수정 2021.11.05 21:19        대전 =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양건호 금호석화 중앙연구소 상무 인터뷰…"알러지 없앤 기술로 시장 선두"

연속식 공정으로 품질·대량생산 가능…"칼로 그어도 안찢어지는 새 제품 선보일 것"


금호석유화학 양건호 라텍스연구임원 상무가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금호석유화학

"유리나 칼로 그어도 찢어지지 않는 새로운 NB라텍스를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팽창하고 있는 의료용 장갑. 얇고 질기고 강할수록 선호도가 높다.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제품인 만큼 인체에 무해한 원료를 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초창기 라텍스 장갑 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천연고무를 주 원료로 사용했는 데 여기에 함유된 단백질이 피부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해결한 독자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2007년 본격적으로 라텍스 연구·개발에 뛰어들어든 지 1년 만에 NB라텍스라는 제품이 만들어졌고, 이를 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렸다.


현재 금호석화는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 3개 중 하나는 금호석화 제품일만큼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는 대표적인 효자 제품으로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는 합성라텍스(NB라텍스) 장갑이 지금처럼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후 천연라텍스에 존재하는 단백질 때문에 의료인들이 피부 트러블로 심하게 고생하자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등에서 알러지-프리 장갑을 쓰겠다고 선언합니다. 다른 병원들 역시 동참하면서 합성라텍스 시장이 새롭게 부각됐습니다. 기회가 찾아온거죠."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단지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에서 라텍스 연구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양건호 상무는 지난 5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용 장갑 시장 진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나 새로운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NB라텍스는 일본을 비롯한 유럽의 소수 회사들만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부 기술과 협업 없이 자체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도 같았다.


하지만 의료용 장갑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믿음과 50년간 고무를 만들며 축적해온 금호석화의 중합(2개 이상의 분자가 결합해 다른 화합물이 되는 것) 기술이 맞물리면서 인체에 무해한 NB라텍스를 생산해 낼 수 있었다.


NB라텍스는 석유화학 원료인 니트릴과 부타디엔을 사용해 고분자로 중합해 제조하기 때문에 장갑내 단백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피부 알러지 반응이 사라지니 시장도 당연히 반응했다.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의료용 장갑은 과거 10~15%만 NB 라텍스를 사용했으나 현재는 60% 이상을 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양건호 라텍스연구임원 상무가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고형고무 기술을 NB라텍스 제조에 도입했습니다. 장갑을 만드는 원료는 라텍스이지만 이것이 장갑으로 성형되면 고무가 됩니다. 이 고무가 부드럽고 질기며, 잘 찢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다양한 기술적 노하우를 NB라텍스 제조공정에 녹여냈습니다."


합성라텍스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외 경쟁사들도 앞다퉈 설비 증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고객들은 금호석화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제조공정 차이에 있다. 금호석화는 업계 유일의 '연속식 공정'으로 손실(loss)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품 품질을 극대화한다.


"연속식 생산공정은 라텍스를 한 번 생산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연속적으로 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경쟁사들의 배치식은 원료 투입 공정과 제품 중합 공정을 하나의 반응기에서 모두 진행하기 때문에 품질 차이가 발생합니다. 연속식 생산공정은 품질 안전성 측면에서 배치식 보다 뛰어납니다."


금호석화는 NB라텍스 진출 당시부터 배치식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투자비도 더 들었지만 안정적인 품질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결국 수요와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고객들이 장갑을 만들 때 100만개 당 불량 수는 2000~3000PPM(Part Per Million)으로 금호석화가 가장 안정적인 수준입니다. 금호석화 NB라텍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늘 꾸준하게 유지되는 품질과 매우 낮은 불량률이 매우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특수로 인한 의료용 장갑 수요 폭증으로 '퀀텀점프'에 성공한 금호석화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양 상무의 대답은 "Yes"다.


"코로나 이전에도 의료용 장갑 시장은 연 8~10% 성장하던 시장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의료용 장갑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중국, 인도 등의 신규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높아진 위생관념으로 의료용 장갑 뿐 아니라 요리, 가드닝, 정비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금호석화는 라텍스 설비를 늘리는 한편 '초격차' 기술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신제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과격한 활동에도 찢어지거나 늘어나지 않는 안전한 의료용 장갑과 산업용 장갑 신제품 개발을 최근 완료했으며 내년부터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전세계 트렌드는 경량화로 가고 있습니다. 얇아질수록 편하지만 단점은 그만큼 약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원재료인 라텍스에서 보완해줘야 합니다. 더 얇고, 더 질기고, 더 강한 제품 개발을 올해 완료했고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설비 공정도 새롭게 개선했다. "새로운 산업용 장갑의 경우 라텍스를 한 번 더 코팅해 유리나 칼로 그어도 전혀 찢어지지 않습니다. 위험한 약품을 만지더라도 통과가 되지 않아 피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품질적 특성을 강화한 새 제품이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공정 하에서 생산될 것입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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