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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성차별 패치 떼다①] ‘미투’로 점화된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


입력 2021.10.19 14:40 수정 2021.10.20 08:3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문화예술계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 필요

"출판·문화, 개인 존엄·창의성 구현해야"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난 2018년 4월 대법원 제2부가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대학교수가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밝힌 판결문의 일부다.


판결문에 등장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유엔여성대회에서 사용된 후 국제적으로 통용됐다. 사전적으론, 성별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넓게는 성평등 의식과 실천 의지 그리고 성 인지력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쓰인다.


‘무죄 추정의 원칙 훼손’ ‘객관성 문제’ 등이 지적되긴 했지만 국내에 이 단어가 사용된 건 주로 정책이나 법률 분야에서 사용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 언급이 기폭제가 돼 정책 입안이나 공공예산 편성 기준 등으로도 활용됐고, 지금은 문화나 사회 곳곳에서 쓰이면서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단어로 꼽힌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같은 시기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이 번지면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예술계는 엄격한 상하관계,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구조 등 ‘위계에 의해 성폭력’과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 성불평등 권력구조 개선과 제도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뉴시스

그중에서도 문학계는 일찌감치 성평등이 화두로 떠오른 업계다. 그리고 이는 등단 제도의 문제점과 연결된다. 문예지에 실리고, 작가로서 인정받는 문학상을 받기 위해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이 심사를 하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2016년 SNS를 중심으로 일어난 ‘#OO_내_성폭력’ 운동 당시 박범신 작가, 배용제 시인 등의 성폭력 가해 주장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문단을 경악하게 했던 가해자들 상당수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출판사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의 작품 출고를 정지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미투 운동 당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그의 새 시집 출간은 무기한 연기됐고, 서울도서관에 마련했던 고은 시인의 서재 ‘만인의 방’도 철거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저자와 편집자, 상사와 하급자, 남과 여 사이에 자행된 크고 작은 성폭력 사례가 폭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출판과 문화야말로 기성의 권위와 폭력성에 맞서고 인간 개개인의 자유로움과 존엄, 창의성을 구현해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출판인들이 성폭력의 위협 속에서 출판활동을 하지 않도록 그와 같은 문화를 철저히 쇄신해야 한다”면서 “자라나는 세대가 심각한 문제를 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교육받지 않도록 작품과 작가의 선정에 있어 더욱 정확하고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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