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략·전술 무기 '구분짓기'
한쪽 계통만 폐기하는
군비통제 협상 꾀할 가능성
"美와 韓日 이간하기 좋은 프레임"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신무기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군사역량 증대를 '군사도발'이 아닌 '자체 국방력 강화'로 인정해달라는 뜻이지만, 향후 북미협상 대비 차원의 '명분쌓기'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전략무기'가 아닌, 한국·일본 등을 사정권에 둔 '전술무기'를 연이어 시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협상 프레임을 '비핵화'에서 '군비통제'로 전환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7일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웨비나에서 핵무기와 관련한 평양의 주된 관심사가 '대미 응징·억제용'에서 '역내 활용'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미 연합군의 압도적 재래식 전력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한적 핵사용을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재래식 전력상 절대적 열세에 놓인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제한적 핵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며 억지효과를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 교수는 북한이 최근 미 본토 타격용 '전략무기'와 한국·일본 등 역내 국가 공격용 '전술무기'를 구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전략핵과 전술핵을 분리하고, ICBM(장거리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을 분리해 '별도의 패키지'라는 구분법을 고착화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이중기준 철회'와 관련해 "한반도나 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 체계 개발은 한국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도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들을 감안하면 북한이 핵협상 프레임을 바꾸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매체들이 최근 '억지(deterrence)' 대신 '균형(bala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역시 향후 군비통제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 교수는 북한이 "전술무기만 폐기하고 전략무기는 갖고 있겠다거나, 전략무기만 폐기하고 전술무기는 갖고 있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핵협상 프레임인 '완전한 비핵화'에 벗어나 '부분적 비핵화를 통한 부분적 제재완화'를 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역내 전력에 대한 정당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를 폐기하고 한국·일본 등 역내 위협용 전술무기는 남겨두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군비통제 협상을 추구할 경우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미 본토 위협이 사라지는 데 주목해 협상에 적극성을 띨 수 있지만,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결과를 낳게 돼 한국은 물론 일본조차 용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군비통제 프레임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며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일이) 국내 정치적으로 (북한의 전략·전술 무기 가운데) 한 부분은 인정하고 한 부분은 폐기한다는 결론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됐든 동맹국(한일)이 됐든 한쪽은 불만 혹은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양쪽을 이간하는 좋은 프레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