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떠안은 2030...올 상반기 38조
반대매매 비중 늘고 개인 매수 약화
“환율 안정 확인해야 수급불안 해소”
가계부채 규모가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의 대출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집값·일자리 불안 속 ‘벼락거지’는 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청년층의 위험한 줄타기를 만들었다. 상당수 청년들이 빚더미에 놓인 만큼 이는 경제 부실의 최대 내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본지에서는 이들의 투자 행태를 돌아보는 한편, 건전하게 자산을 모으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향점을 찾아보려 한다.<편집자주>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험자산 투자에 2030세대가 대거 몰리면서 청년층의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체감한 청년층이 ‘빚투(빚내서 투자)’에 의존하면서 증시가 계속 하락할 경우 깡통 계좌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빚투는 투자자 손실뿐만 아니라 증시를 침체시키는 ‘반대매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세대 빚투 39조 육박...자산증식 열망 커져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30대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38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신규대출액은 총 185조8654억원이다. 이중 청년세대의 신규대출액은 38조745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대출액 57조639억원의 67%를 차지했다. 청년의 예탁증권 담보 융자 신규대출액은 3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를 발판으로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투자자 3000만 명 중 절반 이상인 53.5%가 30대 이하였다. 올해도 새롭게 개설된 증권계좌 2115만개 중 청년 계좌가 1172만개(55.4%)에 달했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계좌 잔고는 141조원으로 작년보다 36조원가량 늘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2030 연령층이 코로나19 국면을 자산증식의 기회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비대면 계좌개설, 모바일 거래,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등 주식거래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제고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급락에 쏟아진 반대매매...개인 거래비중은↓
문제는 신용거래로 산 주식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반대매매(강제 주식 처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대출 기간에 따라 연 4~8%, 예탁증권담보융자 평균 이자율은 7~9%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코스피 3000선이 깨지면서 반대대매 경고음도 켜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393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19일 422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수금 중 반대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월 4.9%에서 지난달 11.9%로 2배 넘게 뛰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가 10%를 넘긴 것은 2019년 9월(10.1%) 이후 처음이다.
증시를 지탱해온 개인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달 코스피 기준 개인 거래비중은 60.5%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달 현재 거래비중은 59.3%로 더 낮아졌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13일 25조6540억원 정점을 찍은 뒤 현재 23조원대로 내려온 상태다. 금융당국이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한 영향이다. 다만 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자금 유입이 위축되면 반대매매로 인한 젊은층의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순매수 중이지만 그동안 한국증시의 수급 주체로 활약해 온 개인의 거래비중 감소는 불안 요인”이라며 “개인의 수급 영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인 컴백의 선제 조건은 환율의 안정으로, 이를 확인해야만 수급에 대한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