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이브리드 판매비중 60%…계약 비율도 하이브리드가 높아
고연비, 정숙성에 터보 HEV 고성능까지…디젤 대체재 역할
현대자동차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중형 SUV 시장의 파워트레인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통상 하이브리드 버전은 판매량 측면에서 내연기관차의 보조 역할에 그쳤지만, 이들 두 차종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합친 것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12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난 9월 1336대의 판매실적으로 싼타페 전체 판매(2189대)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2.5 가솔린 터보와 2.2 디젤 모델은 853대로 상대적으로 초라한 실적을 보였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 7월부터 라인업에 추가됐다. 첫 달엔 하이브리드가 2060대의 판매량으로 가솔린‧디젤(2392대)에 못 미쳤지만 8월엔 하이브리드가 2041대로 가솔린‧디젤(1281대)을 넘어섰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모델이라 일시적 신차효과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기아 쏘렌토의 판매실적을 보면 일시적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9월 2320대가 판매돼 가솔린‧디젤(1500대)을 압도했다. 전체 쏘렌토 판매량(3820대) 대비 점유율도 60% 이상으로, 싼타페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3월 출시된 4세대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간혹 월별 판매량에서 가솔린‧디젤을 앞서긴 했지만 누적 실적으로는 대체적으로 가솔린‧디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가 1713대로 가솔린‧디젤(4368대)보다 훨씬 적었다. 7월부터 엇비슷해지기 시작하더니 9월 들어 역전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 이슈가 있긴 했지만 그게 하이브리드와 가솔린‧디젤 판매비중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싼타페와 쏘렌토 모두 생산차질이 어느 정도 있지만 수요가 높은 모델 위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최근의 하이브리드와 가솔린‧디젤 판매비중 변화는 시장 선호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계약 비율(생산차질 이슈와 무관한)을 보면 싼타페의 경우 하이브리드와 가솔린‧디젤 모델 비중이 6대 4 정도로 나타나 중형 SUV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형 이상의 SUV에서 모범답안으로 여겨졌던 디젤엔진이 환경 이슈로 배척받는 분위기 속에서 디젤 못지않은 높은 연비에 디젤이 갖지 못한 정숙성까지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로의 이동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 하이브리드차는 강력한 견인능력을 요하는 중형 이상의 SUV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싼타페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 터보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디젤에 필적하는 토크를 제공한다는 점이 선호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풀리면서 높은 연비와 정숙성은 물론, 강력한 동력성능까지 갖춘 터보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널리 알려져 싼타페 하이브리드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