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10%↓...임원 자사주 사들여
엔씨도 30만주 매입...리니지W 관건
"주가관리 요구 강화...소각에 주목"
악재를 맞은 기업들이 자사주 줄매입에 나서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최근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실적 회복 자신감과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이 보내는 저평가 시그널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구체적인 업황 개선이 나타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14일 네이버 임원 6명은 자사주 총 252주를 매입했다. 취득 단가는 39만7500원에서 41만1500원이다.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기간은 정부 여당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락한 때다. 네이버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플랫폼 토론회를 개최해 본격 규제를 예고한 다음 날 7.87% 떨어진 이후 등락을 오가고 있다. 7일 코스피시장에서 종가 44만45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16분 현재 39만8500원으로 10.34% 하락한 상태다.
빅테크 규제가 네이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오는 만큼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를 사들이며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25% 넘게 하락한 카카오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임원이 아직 없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융 규제로 인한 핀테크 매출 타격은 5% 미만으로 그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고, 골목상권 이슈도 네이버 사업구조와의 관련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면서 “또 제페토, 라인 등 플랫폼 가치가 밸류에이션에 추가로 반영될 여지가 클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작 흥행에 실패한 엔씨소프트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일 장 마감 직후 자사주 30만주를 1899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8일부터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 시작해 12월 7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가 출시됐지만 지나친 과금 유도 논란이 불거지며 부진한 성적을 낸 영향이다. 블소2 출시 전 80만원대였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현재 58~5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관건은 출시가 임박한 ‘리니지W’의 성과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 초기 성과 확인 전까지 기업가치는 현재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기존 리니지 기반의 게임성과 과금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 중장기 기업가치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면서 주가가 실적보다 저평가됐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주가 관리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강화되고 있어 향후에도 자사주 취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가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으려면 뚜렷한 업황 개선과 매입 후 소각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자사주 취득이 가져오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기반해 주주환원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공시 이후 기업의 실제 취득 현황과 재처분 여부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