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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4년 DATA] 영화 발전기금은 늘려놨는데, 업계는 ‘도산’ 위기


입력 2021.09.21 08:03 수정 2021.09.18 22: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3년 400억원→2021년 1052억원 "1000억 시대 도래"

2020년, 전체 극장 관객수 2004년 이후· 매출은 2005년 이후 최저

실질적인 대안·빠른 속도로 처리되는 정책 요구

10개 영화 단체 "국고의 직접 지원" 호소

"'기생충'은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입니다.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 하겠습니다"('기생충' 92회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축사)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영화계는 코로나19를 맞이하기 전까지 더 없는 호황을 누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부산영화제 사업비 삭감, 우파 영화 활성화 지시 등의 지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영화진흥 정책의 공공성 회복 및 강화를 약속했고 좋은 결과들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하며 의지의 시작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이 줄었던 상황을 지적하며 개선을 약속하는 의미였다.


영화계 지원을 위한 약속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발전기금 증액으로 나타났다. 2013년 499억 원, 2014년 526억 원, 2015년 556억 원, 2016년 638억 원, 2017년 665억 원이었던 영화 발전 기금은, 2018년 572억 원, 2019년 677억 원, 2020년 907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지원 아래 영화계는 날로 발전했다. 영진위가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2억 2668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 9140억 원. 전년 대비 5.5%나 올랐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2018년에는 천만 영화가 무려 5편이나 탄생했다.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가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렀다. 한 해에 천만 영화가 다섯 편이나 탄생한 건 2018년이 처음이었다. 극장가는 2013년부터 유지해온 2억 명의 관객 수를 유지하며 새 정부가 약속했던 영화계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최고 상에 해당하는 작품상부터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 4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널리 알리게 됐다. 케이팝(K-POP), 한국 드라마와 함께 한국 영화도 '한류'의 중심이 돼 문화 산업을 선도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이제 막 창궐했을 당시인 3월 관객 수는 172만 명으로 1년 전(1319만 명)보다 87.7% 급감했으며 전국 영화관 513곳 중 약 20.1%가 휴업했다. 상반기 개봉 예정 영 화 75편(한국영화 27편)이 개봉 연기됐고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는 직영 극장 30%를 영업중단하며 희망퇴직, 임급반납을 실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상무급 이상 임원들은 임금 20%를 자진 반납했고, 직원들에겐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한국 영화 산업의 80%가 영화관에서 나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오후 9시 이후 상영 제한 등으로 매출이 타격을 입어 도산 위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2011~2020년 한국영화, 외국영화 극장 관객수 추이ⓒ영화진흥위원회

이에 영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한시적으로 연간 540억 원 수준인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의 90%를 감면하고, 고용노동부에 영화산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되도록 신청을 주선했다. 또한 2020년 기존 사업비(889억 원)에 추가로 17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70억 원은 영진위의 기존 사업 예산 이외 영화발전기금에서 추가 편성할 수 있는 최대 금액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국영화 제작·개봉 활성화 특별 지원 ▲현장영화인 특별 직업훈련 지원 ▲중소 영화관 특별 기획전 지원 ▲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등 분야별 특별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영진위는 코로나19 TF 팀을 꾸려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 지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영화인들과 영화단체들은 대기업 위주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대책, 속도감에 대해 지적했다. 처음 맞이하는 코로나 탓에 영화인들은 텅텅 비어가는 극장에 한숨을 내쉬었고 결국 2020년 전체 극장수는 5952만 명으로 전년 대비 73.7%, 매출액은 51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3%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매출액 역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영진위 2020년 12월 2021년 사업비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인 1052억 6600만 원으로 편성했다. 지원 사업 예산에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중·저예산 영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영상 전문 투자조합 출자 확대 ▲코로나19로 피해가 극심한 독립·예술영화계를 위한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확대 ▲한국영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육과정 확대 ▲한국영화 해외 비대면 홍보를 위한 한국영화 해외 홍보방송 신규 제작 ▲장애인 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콘텐츠 확대와 동시관람시스템 시범 도입 등이 포함됐다.


'모가디슈', '싱크홀' 등의 대작들과 외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블랙 위도우' 등으로 극장가에 오랜만에 훈기가 돌았지만 사정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영진위 결산발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누적 매출액은 25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664억 원) 감소했고, 전체 누적 관객 수는 27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1103만 명) 줄었다. 2021년 1-7월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5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8%(1554억 원)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음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0개 영화단체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은 한국영화계에 "국고의 직접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극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악화로 지난 8월 31일 영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외 다양한 상황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국내 영화계는 2년 동안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내년 5월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한국 영화계가 정상 체력으로 회복되기 위해 영화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과 방안이 하루빨리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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