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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압박면접 '흥행 성공'…송곳 검증 이어졌다


입력 2021.09.10 00:40 수정 2021.09.10 00:2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진중권·박선영·김준일 면접관 구성

대선 주자 향해 날카로운 검증 칼날

설전·웃음 공존…유튜브 중계 '대박'

면접 당사자들 평가는 양분…"어이 없어" vs "도움 받아"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면접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밋밋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이 모처럼 흥행에 성공했다. 9일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대선 주자 6인과 진보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날카로운 설전을 이어간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면접을 지켜본 동시 접속자 수가 5만 명에 달하는 등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면접에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 12인 중 장성민·장기표·박찬주·최재형·유승민·홍준표 후보가 사전 추첨을 통해 정해진 순번대로 나섰다. 면접관으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교수, 김준일 뉴스톱 대표 등 3인이 배치됐다.


앞서 면접관 구성을 놓고 필요 이상의 과대 검증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그만큼 이들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대선 주자들의 면면을 세밀하게 파헤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한 바 있다. 실제 세 면접관으로부터 송곳 같은 질문이 터져 나오며 흥미를 돋궜다.


1번 주자로 면접에 나선 장성민 후보를 향해 면접관들은 20년 전인 200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 당시 의 사건을 거론했다. 해당 사건은 장 후보가 송영길·우상호·김민석·이종걸 등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새천년 NHK'라는 이름의 노래주점에 방문해 여종업원들과 술을 마셔 파문이 일었던 사건을 말한다.


장 후보는 "여성 종업원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나는 저리 가라고 한 후 혼자 앉아 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지금에 와서 이런 변명은 전혀 필요가 없다. 잘못했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군 장성으로 복무하던 시절 공관병을 향해 갑질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후보를 향해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와 맞물려 군 가혹행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최재형 후보(왼쪽)와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화면에 비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최재형 후보를 향해서는 이미 대선 출마 선언 단계에서 한 차례 불거졌던 '준비 부족' 문제가 화두가 됐다. 최 후보는 이날도 김준일 대표가 자신의 공약인 내건 소형모듈원전(SMR) 30기를 어디에 지을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어느 곳에 지어야 될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질문자였던 김 대표가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어디에, 어떻게 지어서 어떻게 설득할지 계획 없이 짓겠다고만 하면 끝인가"라 다그치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를 두고서는 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탄핵의 강'이 주된 이슈로 등장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유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안티 페미니즘'의 일환이 아니냐는 주장을 던지며 "공약에 대해 여성 단체나 2030 여성의 견해를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유 후보는 "들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산하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맡아 해당 문제를 챙기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좀처럼 핵시 보수층의 지지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유 후보를 겨냥해 "아직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유 후보는 "건너고 있는 중으로, 그 분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 믿는다"며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약속했다.


마지막 차례로 나선 홍 후보는 과거의 발언 논란과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진주의료원 폐쇄를 강행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들이 홍 후보의 과거 발언을 일일히 꺼내고, 진주의료원을 없앤 것이 코로나19 대응 어려움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자 홍 후보는 "막말이라면 수용하는 데 성적 희롱은 아닌 것"이라며 "시비를 거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맞받았다.


또 진주의료원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배배 꼬여 답변하기가 참 난감하다"며 "말 같지 않아 대꾸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면접관이 골수좌파인 것 같다"라고 발언하자 면접관들과 홍 후보 사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유승민 후보가 답변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한편 본격적인 경선 버스 출발 이후 '비전발표회' 및 '정책발표회' 등이 번번히 실패하며 고심에 빠졌던 국민의힘 지도부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면접의 흥행으로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 등 각 유튜브 방송에서 생중계 된 면접이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만명을 훌쩍 넘는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한 덕분이다. 당장 지난 7일 열렸던 '정책발표회' 생중계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4000여 명에 그쳤던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딱딱한 분위기와 형식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입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면접관들과 각 후보들의 시너지가 십분 발휘된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직접 면접에 임했던 후보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유승민 후보는 "일단 이런 면접방식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후보들에게 공평한 시간을 주고 자유롭게 묻고 답하게 하는 게 그게 제일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유 후보는 면접관으로 나선 진 전 교수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진 전 교수는 제가 알기로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 아닌가, 선관위가 어떻게 그런 분을 면접관으로 모셨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는데도 여가부 폐지 문제로 시간을 다 끄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재형 후보는 "질문자들의 말씀을 통해서 제가 그동안 부족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며 "앞으로 정치를 가다듬어 나가는데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호평했다.


장성민 후보 또한 "국민의힘에 새로운 활력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은 민주당이 피해버린 진 전 교수를 면접관으로 초대했다는 점"이라며 "당은 이런 기조로 대선 후보들간의 열띤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일 황교안·윤석열·박진·안상수·하태경·원희룡 후보를 대상으로 이틀째 면접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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