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수량경쟁입찰 우선 실시
“시장 요구 모두 파악했을 것”
연내 사실상 완전 민영화 눈앞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지분 일부를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매각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충분한 물밑작업을 통해 작업에 나섰을 것으로 분석했다.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연내 사실상 완전 민영화가 이뤄진다.
9일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로드맵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15.13%) 일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장기투자자 확보가 가능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대 입찰 물량은 10%, 최소 입찰 물량은 1%로 실제 매각 물량은 입찰 결과 등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입찰 참가자로부터 희망가격 및 수량을 접수하고 예정가격 이상의 입찰자 가운데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참가자 순으로 매각수량에 도달할 때까지 매각하는 방식이다.
예보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 2001년 우리금융에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공적자금 회수를 시도하며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2016년 12월에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과점주주 7곳에 지분 21.37%를 매각한 바 있다.
3년 뒤인 2019년, 정부는 2022년까지 예보 보유 지분을 2~3차례에 걸쳐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변동성을 감안해 매각 물량은 매회 최대 10%로 두고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우선 실시한 뒤 유찰·잔여물량은 시간 외 매매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보가 지난 4월 우리금융 지분 17.25% 중 2%(약 1444만5000주)를 블록세일로 매각한 것도 이러한 일환에서다. 이후 우리금융 잔여 지분 15.25%에 대한 보호예수가 지난 7월 초 해제되면서 정부는 추가 매각 방안에 대해 검토해왔다. 현재까지 우리지주 공적자금 회수율은 89.6%다. 시장에서는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1만2000원대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 12시 37분 현재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35%(150원) 내린 1만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반기 최대 실적과 중간 배당, 손태승 회장의 자사주 매입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잔여지분을 전부 털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블록세일 방식의 추가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미 시장 상황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금융위는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잠재적 투자 수요가 있다는 매각 주관사의 의견에 따라 희망수량 경쟁 입찰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블록세일로 전환할 수도 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블록딜은 디스카운트를 해야 하고 주가에도 악영향이 있어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선택했을 것”이라며 “수월하게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예보와 은행에서도 시장의 요구와 상황을 다 체크한 뒤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앞서 4월에 블록딜을 한번 했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다”면서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량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가 이상이면 팔려고 하는 만큼 팔 수 있고 또 기준가 이하이면 팔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대로 보면 성공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