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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일자리②] 미래 주인공?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


입력 2021.09.08 07:03 수정 2021.09.07 18:2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0대 평균 실업률 10% 육박

청년 4명 중 1명 사실상 실업

정부 정책, 현재 세대와 안 맞아

달라진 세상 반영한 대안 필요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과 구현모(왼쪽) KT대표이사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KT융합기술원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희망ON 프로젝트는 청년 일자리·교육기회 창출 사업으로, 정부가 맞춤형 인재 육성에 필요한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청년에게 일자리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뉴시스

올해 상반기 20~29세 경제활동인구 평균 실업률은 9.6%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 3.2%의 세 배에 이른다.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 4명 가운데 1명 가까이가 사실상 실업 상태다.


청년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26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등을 주제로 87개 사업에 23조5000억원 규모 대책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일자리뿐만 아니라 연 소득 2400만원 이하 청년을 위한 청년내일저축계좌와 군 복무 대상자를 위한 장병내일준비적금 등을 20대 맞춤형 정책으로 내놓았다. 주거 안정을 위해 일정 소득 이하 청년들에 매달 20만원씩 1년간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억지 일자리·현금 지원 청년 문제 해결 못 해”

이러한 정부 정책에 정작 청년들 반응은 냉소적이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거나 공공부문 등을 통해 강제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만으론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취업이 늘어날 수 없다는 판단이다.


20대 대학생 김모 씨는 정부 청년종합대책에 대해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대기업과 금융사, 공기업 채용 확대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는데 이 방안들이 정말 청년 일자리 문제에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늘고 대부분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공기업이 채용을 늘릴 여력이 있을까? 공기업이 억지로 채용을 늘리는 게 청년 미래를 위해 정말 필요한 걸까?”라고 비판했다.


현금 지원 정책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청년들은 1년 동안 월 20만원의 월세 지원이 청년 주거 정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한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족쇄가 될 거라는 다소 과한 비판까지 나온다. 특히 현금 지원은 혜택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뉠 수밖에 없어 청년들 사이에 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박모(23) 씨는 “정부가 돈을 직접 주면 혜택을 받는 사람만 이득이고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월세를 지원하거나 통장에 돈을 넣어주는 것 말고 다른 청년들도 같이 누릴 수 있는 도움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MZ세대’ 개성·능력·다양성 실종된 낡은 정책

김 씨를 비롯한 청년들은 정부 정책에 다양성이 실종됐다고 꼬집는다. 무엇보다 자신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청년은 이른바 ‘MZ세대’로 불린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합쳐진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은 비교적 간섭을 싫어하고 자기애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족과 재미를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세대다. 직업적으로는 규칙적인 출퇴근과 휴가, 자기계발 같은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능력 면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기술을 익히는데 능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을 배우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세대로 평가받는다.


청년들은 정부가 이러한 MZ세대의 특징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방식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낡은 사고를 바탕으로 청년 정책을 펼친다는 의미다.


대학 졸업 후 코딩을 배우고 있는 남기현(28) 씨는 “기성세대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청년들에겐 자신들과 같은 일자리를 권하고 있다”며 “모두가 공무원이나 공기업과 같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또 가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데…”라고 말했다.


남 씨는 “솔직히 이미 기성세대끼리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치열한 공간에 나와 내 친구들은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며 “정부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주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주원 의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플레이스 d홀에서 열린 정부의 청년특별대책 87개 과제 발표관련 청년입장 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최모(25) 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최 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직업을 고민해야 하더라”며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일자리도 다양해지는데 나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그런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솔직히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깊이 고민해보지도 못했고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졸업했다”며 “정부가 달라진 세상에 맞춰 조금 다른 방향으로 청년 정책을 고민한다면 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 변화·민간 투자 유도·신기술 교육까지

청년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할 때 전문가들은 기존 문제의 근원적 접근을 주문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원인을 먼저 살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금 지원 중심의 당근책보다 산업 구조 변화나 노동시장 경직성, 투자 감소, 수요 약화 등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원인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관점으로 분류해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규제와 제도의 경직성을 걷어내 이중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은 노동시장이 임금·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 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이중구조로 돼 있고 두 시장 간 일자리 이동이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청년들은 열악한 일자리에서 출발할 경우 양질의 일자리로 이직하기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기 위해 구직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기득권 세력이 호봉제 사수나 연공서열제 등을 고집하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낮아진다”며 “이런 경우 정부가 제도·정책적 장치를 통해 이중적 구조를 완화하면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또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단기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방만한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나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민간 투자 활성화가 필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데 정부가 이런 부문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게 공통 의견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신성장 동력은 정보·통신·기술과 반도체, 디지털 기기, 지식재산권 등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반에서 창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이런 분야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 인력 수요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MZ세대가 바라는 일자리 방향과도 일치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터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은 물론 기존 제조업 등 대부분 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할만한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인력 수급 불균형 해결에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동헌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며 “지금 초중고 학생들은 유튜브와 프로게임, 메타버스 등 끝없는 상상을 통해 새로운 형태 직업과 업무를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교육 개혁도 세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발상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영끌’과 ‘빚투’의 투기 세상에서 더는 방황하지 않도록 기득권이 앞장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사라진 일자리③] 청년에 밀리고 노인에 치여 경제 허리 사라진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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