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공급난·판매 부진에 중견 3사 나란히 감소
독일차 브랜드, 볼륨 차종·전기차 내세워 '고공행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까지 수입차는 19만대를 훌쩍 넘어서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중견 완성차 3사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8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211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는 9.3% 줄었다.
1~8월 누계는 19만4262대로 전년 동기 16만9908대 보다 14.3%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주로 독일·일본차 브랜드의 선전에 기인했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판매량이 67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이 수치는 쌍용차·한국GM·르노삼성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 평균 판매량(4737대)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체 성적은 현대차·기아에 이어 3위였다.
지난해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인 E클래스가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E 250, E 220d 4매틱, E 350 4매틱이 각각 1586대, 521대, 515대 팔렸다. S클래스도 S 580 4매틱이 363대나 팔리며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탰다.
수입차 2위인 BMW도 8월 5000대가 넘는 판매량으로 전체 4위에 올랐다. 이로써 독일차 2개 브랜드가 국내 완성차 3사를 모두 앞질렀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5214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28.1% 감소했다.
이에 대해 BMW 코리아는 "물량 부족으로 8월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BMW는 3시리즈와 5시리즈가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지난달 320은 479대, 520은 348대가 각각 판매됐다. 같은 기간 X3 2.0도 370대 팔렸다.
수입차 3위를 기록한 아우디 코리아는 전년 동월 보다 28.1% 줄어든 1341대에 그쳤다.
아우디는 독일 본사 요청에 따른 일부 차종 출고 지연으로 지난달 판매량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플래그십 모델인 A8을 제외한 A라인업 대부분이 출고가 중단된 상태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경우 티구안 2.0 TDI 선전으로 8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8.1% 늘어난 1305대를 나타냈다.
독일차 뿐 아니라 일본차의 선전도 막강했다. 렉서스 코리아는 8월 판매량이 933대로 전년 동월 대비 32.7% 증가했다.
오는 27일 공식 출시하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 신형 ES 300h 출시를 앞두고 구형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ES 300h 판매량은 573대였다.
토요타 코리아의 8월 판매량은 7.9% 늘어난 467대이며 혼다 코리아도 518대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14.9% 급증했다.
독일·일본차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중견 완성차 3사는 부진한 성적으로 대조를 보였다. 르노삼성은 전년 동월 대비 25.6% 감소한 4604대, 쌍용차는 28.4% 감소한 4861대, 한국GM은 19.5% 감소한 4745대에 머물렀다.
3사 모두 내수판매 감소 배경으로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을 꼽았다.
쌍용차는 4월 출시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생산차질로 국내에서만 4000대 수준의 미출고 물량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XM3 상품성 개선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생산이 계약 수요에 따르지 못해 출고 대기 물량이 900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미국향 수출 물량 공급에 중점을 둔 생산계획으로 내수 수요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견 3사의 부진과 독일차 브랜드 판매 호조로 독일차의 합산 판매량은 중견 3사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1~8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합산 판매량은 12만9253대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11만8331대를 상회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중견 완성차 3사 합산 판매량이 17만6000대에 달했고 독일차 3개 브랜드가 10만8000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크게 역전된 것이다.
이들 중견 3사는 난국을 타개할 만한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 등 막강한 신차를 준비중인 현대차·기아, 수입차 브랜드에 밀려 하반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견 3사들은 부분변경 모델이나 수입 모델 외에는 신차 계획이 없는 상황인데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이슈가 지속되고 있어 더욱 어려운 하반기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새 투자자 유치가, 한국GM은 전기차 생산 배정이 큰 화두다. 21년 만에 홀로서기에 돌입한 르노삼성은 '삼성'을 떼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르노삼성은 수입 판매 차종을 늘리고 있지만 이들 라인업은 볼륨 측면에서 판매량 제고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신규 모델 유치와 함께 르노 브랜드만으로 판매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쌍용차는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를 도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외 투자자 11곳이 몰렸지만,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만큼 자금력을 갖춘 업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7년째 '적자의 늪'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GM도 판매 부진 문제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의 신차 배정을 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비용 구조와 높은 생산력이 필수적이나, 노사 문제 해결 없이는 한국GM이 해외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