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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도발 예고했던 북한, 침묵 깨고 열병식 개최하나


입력 2021.09.03 04:30 수정 2021.09.02 22:1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미림비행장서 군인 대열 포착

통상 2~3개월 전 움직임 활발해져

주요 기념일 계기 열병식 개최하나

"열병식으로 美 겨낭 무력시위"

올해 초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 ⓒ조선중앙통신

한미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며 군사도발을 시사했던 북한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평양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


'안보위협을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북한이 추가 제재를 부를 수 있는 군사도발 대신 신무기 공개라는 '우회 전략'을 채택할지 주목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2일(현지시각) "북한이 수개월 안에 다시 열병식을 열 것으로 보인다"며 "위성 분석 결과 평양에서 군인들의 대형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도 전날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공개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민간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30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열병식 훈련장으로 활용돼온 미림비행장에 트럭 수십 대와 14개 그룹으로 꾸려진 군인 300여명이 집결한 정황이 담겼다. 인근 주차장은 군인들을 싣고 온 버스들로 가득했다.


플래닛 랩스가 지난 1일 오전 10시 34분과 36분 각각 촬영한 사진에도 열병식 관련 훈련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김일성광장을 본떠 만든 장소에서 대열을 맞춘 군인들이 행진을 벌였고, 훈련장 왼편에 마련된 주차장은 버스로 채워졌다.


NK뉴스는 "일별(daily) 위성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이후, 부대 편성 훈련과 빼곡한 주차장이 동시에 감지되는 시점은 열병식이 열리기 직전"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림비행장 일대가 분주해지는 시점은 열병식 개최 2~3개월 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오전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NK뉴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38노스
정권 수립(9월9일)·당 창건(10월10일)
기념해 열병식 개최할 가능성


통상 열병식 준비에 1~2개월여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주년(5년 주기)을 중시하는 북한 특성상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한 북한이 올해도 당 창건일에 규모 있는 열병식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는 오는 9일 열병식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지만, 정권 수립일 역시 정주년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 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집권 10년' 기념할 수도


한편 일각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열병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1년 10월 8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인민군 최고사령관 지위를 부여받아 공식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NK뉴스는 "김정일 사망 2주 뒤인 2011년 12월 31일, 노동당 정치국이 뒤늦게 김정일이 10월 8일 최고사령관 자리를 김정은에게 수여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북한 관영매체들이 10월 8일이 아닌 12월 하순에 (김정은 집권을) 기념하고 있지만 열병식 명분을 만들기 위해 휴일을 갑자기 바꾼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2월 9일)을 2주일가량 앞둔 시점에 인민군 창건일을 변경하고 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유격대를 조직했던 1932년 4월 25일이 아닌 실제 정규군이 창설된 1948년 2월 8일을 공식 건군절로 정한다고 밝혔지만, 열병식 개최를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열병식, 美 관심 높이려는 목적"


전문가들은 내부결속 차원의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을 겨냥한 군사역량 과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통 정주년에 열병식을 개최하는 만큼, 정주년이 아닌 해에 열병식을 연다면 특수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 제의 이후 크게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북핵 협상 집중력까지 떨어지고 있어 열병식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정권 수립일(9월9일)이나 당 창건일(10월10일)에 열병식을 개최할 경우 "체제결속 목적이 클 것"이라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인다면 대미협상을 겨냥한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 초 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개발을 시사했던 각종 신무기를 공개해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올해 초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5ㅅ'을 선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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