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법인카드 혜택 지속 인하
핀테크 진출·수수료 인하 도화선
"개정안 업계에 도움되는지 의문"
신용카드사가 법인카드 혜택을 축소하면서 기업부문 경쟁력 약화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인에 지급하던 경제적 이익을 줄이면서 발생한 카드사의 비용절감분을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법인카드 시장에 대한 핀테크 공세까지 거세지며 점유율 하락을 신경 써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까지 고민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이노비즈 예금담보 기업카드 ▲혜인멤버스 제휴 기업카드 ▲KB국민 통신비전용 기업카드 ▲스타비즈 글로벌 기업카드 등 네 상품에 대한 포인트리 적립률을 기존 0.6~1.5%에서 일괄 0.5%로 인하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카드사가 법인회원에 지급할 수 있는 캐시백, 기금 출연, 부가서비스 등 경제적 이익 규모를 0.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드사가 대형 법인회원 유치를 위해 벌이던 출혈경쟁을 방지해 비용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카드업계도 개정안에 맞춰 법인혜택을 축소하는 중이다.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는 지난 한 달 동안 60종에 달하는 법인카드 판매를 중단했다. 또 카드사는 법인회원에 부가서비스 변경, 혜택 축소 등 내용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카드업계 경쟁력과 수익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방안이 철이 지난 규제라는 지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2018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시 카드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2019년 처음 논의된 이후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핀테크가 법인카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재 상황은 논의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고위드는 이번 달 스타트업 법인 대상 카드상품을 출시한지 1년 만에 20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근거로 '법인혜택 축소'를 들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적격비용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근거인 원가다. 2012년부터 당국과 업계는 자금조달, 위험관리, 마케팅비용 등을 고려해 적격비용을 3년 단위로 재산정한다. 카드업계는 인하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국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를 위해 적격비용과 수수료를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줄어든 법인고객 제공 비용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카드사의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45조4000억원으로 1년 전 36조9000억원보다 23.0%(8조5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법인카드 실적은 늘어났고, 비용은 줄었으니 이 차익을 향후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근거로 삼겠다는게 당국의 논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인혜택 축소제도 도입 당시 당국에서 이를 수수료율 인하 근거로 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만큼 연말에 발표될 적격비용 결과가 두려울 정도"라며 "신용판매나 간편결제에 대한 경쟁 또한 심화되는 만큼 이번 제도가 업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