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친 "농사 짓겠다"며 8억에 땅 사
직후 주변에 산단 지정…지가 폭등
KDI나 기재부 내부 정보 의혹 제기
의혹 해명 못하면 '내로남불' 몰릴듯
국민의힘 '부동산 의혹' 연루 12명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 윤희숙 의원의 부친 땅 투기 의혹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 직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내부 정보 이용 의혹 등이 이어지며 논란이 불붙는 모양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희숙 의원의 부친은 지난 2016년 3월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 취득 자격을 얻고, 그해 5월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신방리의 논 약 3300평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 부친은 8억2200만 원을 땅값으로 지불했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농지 취득 때와는 달리 벼농사도 현지 주민에게 맡긴 정황을 확인하고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사실을 지적했다. 이 뿐만이라면 상대적으로 흔한 일이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매입했던 것이라면 사안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직후, 해당 농지 주변에는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세종 미래 일반산업단지, 세종 복합 일반산업단지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지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윤 의원 부친이 8억2200만 원에 매입한 농지의 시세는 5년만인 현재 20억 원 가까이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산업단지 지정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맡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희숙 의원 본인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부친의 사위 장모 씨가 농지 매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산단 지정과 관련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농지를 매입한 것이라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과 구조가 다르지 않게 된다.
이와 관련, KDI 수석연구위원 출신인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조차 KDI 일부 부서에 대한 검증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부정하지 못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권 도전 선언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하는 사람은 내부 정보를 알 수 있기에 직업윤리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DI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센터가 있는데, 그런 분들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있다면 조사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윤희숙 의원이 확산되는 부친 땅 투기 의혹을 진화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재기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세력이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할 때 이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5분 자유 발언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혔던 것인데,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해명이 석연찮다면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숙 의원은 전날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할 때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고 해명한 뒤, 이후로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 부친의 사위인 장 씨는 이날 SNS를 통해 "장인어른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산업단지 조성 관련 내용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