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200억달러 이상 투입...이르면 내달 중순 합의"
삼성, 인텔 낸드 인수한 SK하이닉스와 3강 체제 가능성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성사될 경우,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에 이은 인텔 낸드 사업 인수에 이은 추가 대형 딜(Deal)로 잇따른 합종 연횡으로 낸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각)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이상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딜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양사 간 협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됐으며 이르면 9월 중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는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 요청을 회피했다.
다만 이 딜은 아직 논의 단계라 앞서 키옥시아가 계획했던 도쿄 증시 상장이나 다른 선택지도 열려있는 상태라고 WSJ는 덧붙였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한 차례 도쿄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가치 저평가 등의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당시 키옥시아의 가치는 160억 달러로 거론됐는데 이르면 내달 상장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WSJ는 지난 3월에도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가 키옥시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키옥시아는 원래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이었지만 지난 2018년 도시바의 재무위기 속에서 사업을 분사해 만든 회사로 도시바의 지분은 40% 수준이다.
2018년 미국 베인캐피털이 중심이 된 한·미·일 컨소시엄에서 180억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SK하이닉스도 약 4조원을 투자하며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4조원 중 3분의 2가량인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털이 만든 펀드의 출자자(유한책임투자자, Limited Partner·LP)로, 나머지 3분의 1인 1조3000억원은 향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CB)로 투자했다.
전 세계 3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로서는 2위 키옥시아 인수는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딜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5%로 1위, 키옥시아가 18.7%로 2위, 웨스턴디지털이 14.7%로 3위, SK하이닉스가 12.3%로 4위, 마이크론이 11.1%로 5위다.
단순수치만 보면 1위 삼성전자를 따라 잡을 수 있는데다 현재 격차가 거의 없는 4·5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양사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낸드 시장이 업체들간 합종연횡으로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7% 안팎으로 단순수치로 계산하면 SK하이닉스는 인텔 인수가 마무리되면 점유율이 20%에 육박하게 된다.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전자·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의 3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D램(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같은 형태로 변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