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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에게 밀린 드라마 감독…배우들, '드라마'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입력 2021.08.24 13:23 수정 2021.08.24 17:3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준익 감독, 티빙 '욘더'로 드라마 도전

허진호 감독 '인간실격' 방영 앞둬

"영화 감독과 드라마 작업, 여유·편리해 선호"

영화와 드라마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크로스오버가 이어지며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도 활발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OTT가 강세를 보이자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은 확대 됐고, 극장 관객 수가 급감하자,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이준익 감독, 김성훈 감독, 허진호 감독ⓒ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메가박스, 넷플릭스, JTBC

급변한 콘텐츠 제작, 시청자들의 시청 환경 변화가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 시켰지만, 시도는 과거부터 진행됐다. 1996년 '고스트 맘마'로 데뷔해 '찜', '하루'를 연출한 한지승 감독은 2006년 '연애시대'를, '홀리데이'로 유명한 양윤호 감독은 드라마 '아이리스', 2011년 '친구'로 극장가를 사로잡은 곽경택 감독은 2009년 자신의 대표작을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이후 간간히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이뤄졌고 2018년 기점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에게 맡겼고 2019년 영화 '백야행'를 연출한 박신우 감독은 OCN '트랩'을 '타인은 지옥이다'는 '사라진 밤'을 만든 이창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외에도 '극한 직업'으로 천만 감독 타이틀을 얻은 이병헌 감독은 JTBC '멜로가 체질'로 안방극장 문을 두드렸다.


ⓒ넷플릭스, OCN, JTBC

최근에도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 소식은 계속 들리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천문'의 허진호 감독은 전도연, 류준열 주연의 JTBC '인간 실격' 방송을 앞두고 있으며 '왕의 남자', '변산', '동주'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티빙 '욘더'로 첫 드라마에 도전한다. '계춘할망'의 창감독은 현재 티빙 '더 맨션'을 촬영 중이며 '범죄 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넷플릭스 '킹덤:세자전'의 메가폰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화려한 미장센과 영상 기법은 스크린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드라마도 '영화 같은 드라마'를 내세우며 안방극장의 극장화는 일반화가 됐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드라마의 영화화'를 경험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영화 감독이 드라마에 연출 시, 기존 드라마 스태프가 아닌 영화에서 손발을 맞춰왔던 스태프들로 꾸려진다. 이에 콘티 보드부터 촬영 스케줄 정리까지 영화 제작 시스템이 드라마에 적용된다. 드라마 촬영 시작과 함께 후반부 촬영 일정까지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없어 배우들은 조금 더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연기에 임할 수 있다. 이에 배우들은 드라마 감독보다는 영화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현재 영화 감독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한 배우 관계자는 "배우가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감독 연출작은 항상 언제 스케줄 변경이 있을지 몰라 일상에서도 대기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 편하다며 앞으로 영화 감독 연출작들을 우선시하자는 말이 오갔다"라며 "확실히 드라마와 영화 현장은 공기부터 다르다. 스태프들도 '내 작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배우 관계자는 "최근 영화 감독과 함께 드라마 촬영을 마친 배우가 왜 특정 배우들이 영화에만 출연하는지 몸소 체감했다더라"라면서 "배우들이 이제는 드라마 감독보다는 영화 감독과의 작업을 원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과거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시도 등을 앞세워 드라마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지상파에서 tvN, JTBC로 톱배우들이 쏠리던 흐름이 이제 영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작품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 감독들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드라마 외주제작 관행이 굳어지며 방송국 소속 감독들이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던 것에 이어 영화감독들이 화제성과 더불어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권위를 잃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 현상을 영화 감독들의 영역 침투로 바라보지 말고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톱배우들이 '왜' 영화 감독과 작업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히 돈만 많이 준다고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다. 수억을 가져다줘도 자신의 커리어에 방해되거나 입맛에 안 맞으면 시나리오를 쳐다보지도 않는 게 톱배우들이다. 드라마 영화화 과정에서 무엇이 다른지 드라마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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