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22년만에 체포…캄보디아서 압송
공소시효 만료 직전 '태완이법' 통과…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유족 측 사례비 챙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백
제주의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가 22년 만에 체포됐다. 공소시효를 착각하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탓이었다.
제주경찰청은 21일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관련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씨(55)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예리한 흉기에 6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현상금까지 걸면서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고, 용의자 조차 특정하지 못하면서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2014년 11월에는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다.
그러다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해 6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당시 조직 두목으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초 두목이 이 변호사의 다리를 찔러 겁만 주라고 지시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손씨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고 방송에서 이같이 '자백'한 것이다.
그는 사건 당시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과 달리 공소시효가 살아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 해외로 출국한 기간을 모두 합치면 8개월 이상으로 실제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11월이 아닌 2015년 8월 이후였다.
그런데 2015년 7월31일부터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됐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들에 소급 적용됐다. 경찰은 2015년 7월 31일 기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이 사건에도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김씨를 체포한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캄보디아에 있던 김씨를 국내로 송환해 지난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또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김씨는 자신이 교사범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상세히 한 점 등으로 미뤄 그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제주지법에서 21일 오전 11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