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SK이노 정유 이익 비중 1Q 83%→3Q 28% '급감' 전망
에쓰오일도 정유 이익 비중 1Q 54%에서 3Q 12%까지 축소 예상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연말까지 영향 우려도
델타 변이를 주종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하반기 석유 제품 수요에 '불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7월 초만 하더라도 76달러까지 올라섰던 국제유가는 60달러 후반대로 주저 앉으면서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올해 초 절반을 크게 웃돈 정유 사업 이익 비중이 하반기 10%대까지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정유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정유 부문 이익 비중은 석유화학·윤활기유 부문과 달리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석유 제품 회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가 효과가 제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K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정유 사업 이익 비중이 전체의 27.5%인 10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와 2분기 이익 비중인 82.8%, 46.0% 보다 크게 떨어진다.
한화리서치도 에쓰오일의 정유 사업 이익 비중이 1분기 54.4%, 2분기 26.7%에서 3분기에는 11.6%까지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글로벌 주요 기관들도 올해 석유 수요 전망을 일제히 낮춤으로써, 정유 사업 부진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보고서(Oil Market Report)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폭을 하루 평균 10만 배럴 낮춘 530만 배럴로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2개월간 10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봉쇄 조치(락다운)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아직까지도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상황에서 석유 제품 소비가 이보다 떨어지면 정유사들의 회복에도 그만큼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유가 역시 변동폭이 커지면서 별다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앞서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 가파른 유가 상승으로 수 천억원의 재고평가이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7월 초 70달러 후반이었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60달러 후반대로 주저 앉았다. 여기서 더 유가가 하락하면 이익은 커녕 재고평가손실(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정유 사업 난항으로 애를 먹고 있는 정유사들은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 부문에 더욱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올 상반기 1조2000억원대 영업익 달성이 석유화학 분야 대규모 시설 투자 효과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GS칼텍스도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생산시설(MFC)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시황을 타지 않는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판매 확대로 정유 사업 부진을 만회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