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대전이 초래한 '경선불복' 논란
우원식 "선대위원장 승복선언" 제안
각 후보들 "당연한 일" 입장 냈지만
일각선 2002년 경선의 악몽 떠올려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캠프 선대위원장에게 ‘경선 승복 선언’을 제안하고 나섰다. 경선 승복은 당연한 일임에도 재차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감정대립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2002년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우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걱정도 덜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발언의 진정성도 분명히 하기 위해 선대위원장들이 모여 경선 결과 승복 선언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각 후보 혹은 캠프는 의아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제 사전에 불복이 없다”고 일축했고,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당연한 것을 하지고 하니 새삼스럽다”고 했다.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되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던 설 의원은 “누가 경선 불복을 한다고 했느냐”며 성을 냈다.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기본인 이야기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고, 박용진 의원 역시 당연하다는 취지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은 캠프 명의 입장문을 통해 “당연한 '경선 승복'을 다짐하기 위해 별도로 선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김두관 의원의 경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승복이란 욕설 보다 더 심한 발언이라도 설득하고 이해시켜 우리 후보를 당선시키겠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흠까지 모두 안고 최종 후보를 위해 뛰겠다는 것이 원팀 정신”이라며 그 취지에 동의했다.
경선 승복을 제안했던 우 의원은 각 후보 캠프의 입장을 확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동선언과 다름이 없다”며 “안팎으로 경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후보 선출 뒤 경선 불복 혹은 탈당을 예상하고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선 불복과 후보 사퇴 요구까지…2002년 경선 트라우마
'경선 승복'이 화두에 오른 데에는 2002년 경선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 경선 전까지 유력한 주자였던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의 바람에 밀리자 '음모론'을 제기한 뒤 중도 사퇴하며 사실상 불복을 선언했다. '노풍'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는 탈당을 선언하고 상대 진영이던 이회창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었다.
노무현 후보 결정 뒤에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여러 갈등 속에 노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상당수 의원들이 후단협을 결성하고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통합을 요구했었다. 표면상 단일화였지만 실상은 노 후보의 사퇴 촉구였다. 이른바 후단협 사태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되고 대통령까지 당선됐지만,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현역 다선 의원 중에는 당시 상황을 직접 겪었던 이도 있으며, 지금도 당내 선거 때마다 회자될 정도로 상처가 깊다.
실제 지난 4.7 재보선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우상호 의원은 “2002년 후단협이 노무현 대통령을 엄청나게 흔들 때 마지막까지 지켰던 사람”이라고 했으며, 지난 5월 당대표 선거에 나섰던 홍영표 의원도 “2002년 노무현을 지켜냈던 사람”이라고 지지를 호소했었다.
송영길 대표의 우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송 대표는 “원팀 정신에 대한 논란, 승복 논란이 있는 것은 아주 경계해야 할 문제”라며 “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게 목표라면, 5명의 상대 후보가 자신을 도와줄 우군이라고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