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8월 계획 공급물량 850만 회분보다 절반 이하…이달 중순 2차 접종간격 6주로 조정
고3 학생, 고교 교직원, 대입 수험생 기존대로…교육 및 보육 종사자 접종간격 5주로
정부 "모더나측 공급차질 사과…계약위반으로 판단하긴 어려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이 한층 중요해진 상황에서 모더나 백신 공급에 또다시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이후 진행될 2차 접종부터는 모더나와 화이자로 대표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조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모더나 측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 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8∼9월 접종 계획 역시 영향을 받게 됐다. 모더나 백신은 상반기 중에 11만2000회분만 들어왔고 7월 이후에는 234만3000회분이 더 들어온 상태다.
추진단은 "이달 16일 이후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2차 접종이 예정된 분들은 1차 접종일로부터 접종 간격을 6주까지 연장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접종 간격이 각각 3주, 4주지만 앞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백신 공급 상황이나 의료기관 접종 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mRNA 백신의 접종 간격을 최대 6주 범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6일 mRNA 백신을 맞은 뒤 이달 16일에 2차 접종을 받는 대상자부터 6주 간격으로 접종이 조정될 전망이다. 현재 접종이 진행 중인 50대 연령층, 사업장 자체 접종 대상자, 지자체 자율접종 대상자 등이 이에 포함된다.
추진단은 "이번 조치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며 "고3 학생, 고교 교직원, 기타 대입 수험생의 경우에는 기존의 접종 간격을 유지해 수능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 교직원 등 교육 및 보육 종사자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최대한 빨리 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1·2차 접종 간격을 5주 간격으로 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모더나 백신 공급 일정이 좀 변경되기는 했지만 9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 대상으로 1차 접종하는 것과 11월 말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추진단은 3분기 접종은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50대 연령층(1962∼1971년생)의 1차 접종은 예약 일정에 따라 이달 28일까지 이뤄진다.
이달 셋째 주(8.16∼22) 1차 접종을 하는 경우 지역에 따라 백신 종류가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위탁의료기관에서는 화이자 백신, 그 밖의 비수도권 지역 위탁의료기관은 모더나 백신으로 접종이 진행된다.
다만 수도권 지역 중 모더나 백신만 접종하는 189곳은 모더나 백신으로 접종을 시행한다. 예방접종센터의 경우 지역과 관계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자율접종 역시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당초 일정대로 이뤄지되 전국의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활용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이달 중에 공급하기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데 대해 계약 위반 사항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는 9일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문자 공지를 통해 "(백신의) 구체적 공급 일정은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으로,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아서 공급 차질을 계약 위반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TF는 향후 모더나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는 "모더나 공급 차질에 대해 정부는 매우 유감스러우나 법적 대응 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제약회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전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동시에 (백신을) 구매하려고 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F는 이어 "모더나사(社)는 보건복지부와의 회의에서 공급 차질에 대해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서 신속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일부 절차도 조정할 계획이다. 보통 백신은 국가출하승인 과정이 끝난 뒤에 국내 배송이 시작되지만, 질병청은 이번 주부터 배송되는 모더나 백신은 9월까지 한시적으로 국가출하승인 절차와 동시에 국내에서 배송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