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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KBS→‘찬물’ MBC…희비 교차한 지상파 3사 올림픽 방송


입력 2021.08.09 11:02 수정 2021.08.09 11:0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송승환·이재후 아나운서 폐막식 해설 호평

MBC 마지막까지 '막말'로 논란

ⓒKBS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경기장 바깥에서 치열한 중계 경쟁을 펼친 지상파 3사도 희비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게 됐다.


지난 8일 오후 8시 2020 도쿄올림픽이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를 폐막식 기수로 내세운 대한민국 선수단 34명이 폐막식에 참가해 올림픽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전진, 공유하는 세상, 더 다양한 미래를 주제로 한 이번 폐막식은 KBS가 지상파 3사 중 1위를 차지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상파 3사 폐막식 중게 합계 시청률 12.4%인 가운데, KBS가 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송승환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과 이재후 아나운서는 이날도 품격 있는 해설을 선보였다. 송 전 감독은 “저는 평생 일본을 따라잡으려 노력한 세대였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일본에 머물면서 느낀 건 문화 예술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젊은 세대들이 더 멀리, 더 높게 앞으로 나아가 주길 바란다”는 말로, 이 아나운서는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 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마친다”는 클로징 멘트로 감동을 자아냈다.


KBS는 이번 올림픽 내내 안정적인 모습으로 공영 방송의 무게감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식 중계부터 돋보였다. 송승환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과 이재후 아나운서의 디테일한 설명으로 전문성을 입증하면서 시청률 8.4%를 기록했다. 이는 지상파 3사 중 1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기분 좋게 출발을 했다.


박찬호와 조원희, 기보배, 한유미, 여홍철 등 베테랑들이 대거 나선 중계진들의 ‘개념 중계’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강승화 아나운서는 양궁 여자 대표팀의 장민희 선수를 소개하면서 ‘여궁사’라는 설명을 ‘궁사’로 바꿔 읽는 노력을 보여줬다. 한유미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대표팀의 4강 진출 확정 후 “원래 스포츠는 경쟁이 아니고 감동”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박찬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선수를 향해 “비록 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파이팅을 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KBS는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 38.1%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은 한국과 브라질의 여자배구 준결승전 경기에서 14.1%로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을 비롯해 우상혁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오른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 기계체조 남·녀 도마 결승 등 중요한 순간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신뢰도를 입증했다.


SBS는 화려한 중계진 라인업으로 이목을 끌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축구 최용수, 수영 정유인을 비롯해 배드민턴 이용대, 야구 이승엽, 골프 이보미, 탁구 현정화 등이 해설에 나섰다.


이들은 각종 어록들을 남기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최용수가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B조 온두라스와의 3차전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을 향해 “상대 슈팅할 때 서 있으면 안 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나 살면서 공 맞아서 죽었다는 선수 들어본 적이 없다. 상대가 슛을 쏠 때 한두 발짝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현역 선수인 정유인은 공감 가득한 해설부터 “예선 경기에서 황선우 선수가 너무 빨라 중계(해설)할 시간이 없었을 정도”라는 센스 있는 칭찬까지. 유연한 중계로 이목을 끌었다.


현실 부부 케미를 보여준 박성현, 박경모 부부의 해설 호흡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의 순간까지 모두 시청률 1위를 차지했었다. 안창림이 출전한 유도 동메달 결정전을 비롯해 황선우가 출전한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원우영, 정우영 콤비가 나선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MBC

논란으로 시작한 MBC는 마지막까지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 찬물을 뿌리는 해설로 물의를 빚었다. 개막식 중계 당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삽입해 사과를 했었던 MBC는 이후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서 김연경의 인터뷰를 왜곡해 논란을 빚었었다.


지난 8일에는 육상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허벅지 통증을 느끼고 기권한 오주한 선수를 향해 윤여춘 해설위원이 막말을 내뱉어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 이럴 수가 있느냐”라며 “저는 오주한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 황영조 선수에 이어 또 한 번 메달을 바라본다고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는데…”라고 말했다. 단순히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기엔 발언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이것이 비단 MBC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시청자들의 한층 성숙한 태도가 돋보였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할 경우 가차 없이 지적하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를 ‘동네 고수’라고 폄하한 KBS 중게진이나 ‘태극낭자’, ‘얼음공주’라는 성차별적 단어를 사용한 MBC, SBS 중계진들 모두 이번 올림픽에서 시청자들의 지적 대상이 됐었다.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실망시킨 MBC 외에도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지상파 중계진들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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