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79만건 아파트 실거래 조사 진행
12건 자전거래 의심사례 적발, 시장 영향 '미미'
"정부 정책 실패,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나" 비판도
정부가 집값 폭등 원인으로 지목한 부동산 투기 세력의 실거래가 조작 의심 사례를 처음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약 1년간에 걸친 수십만건의 아파트 거래를 조사한 결과, 적발된 위반 의심사례가 전체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해 시장 교란의 주된 요인으로 보기 힘들단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2일 허위신고 등이 의심되는 거래를 선별, 집중 실거래 조사를 진행해 자전거래 및 허위거래 의심사례 1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계약해지 시 해제신고가 의무화된 지난해 2월21일부터 올 1월말까지 이뤄진 79만건가량의 아파트 거래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규제지역 내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거래는 821건이며 그 중 거래 당사자간 특수관계, 계약서 존재, 계약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해 허위로 신고된 사례 등 위반 의심사례 69건으로 드러났다.
69건에는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로 불리는 자전거래·허위신고로 의심되는 거래 12건이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남양주, 청주, 창원 등 비수도권에서 자전거래가 주로 발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매수심리가 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데, 실거래가 띄우기는 중개사와 매수·매도인이 동참해 시장을 이상적으로 과열시키고 있단 점에서 문제"라며 "시세 기준 40~50%를 해당 거래에서 비롯됐다는 건 굉장한 현장이라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올 초 정부는 투기 세력과 불법 거래 등을 규제하면 집값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며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까지 출범시켰다.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법 거래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단속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적발된 의심사례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준으로 보긴 힘들단 반응이 지배적이다.
조사대상이 된 79만건의 아파트 거래 건수 가운데 위반 의심사례(69건)가 차지하는 비중은 0.009% 수준에 불과해서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첫 적발 성과를 언급한 실거래가 조작 사례 12건은 전체의 0.002% 정도에 그친다.
극히 일부에 그치는 시장 교란행위를 부풀려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단 지적이다. 일각에선 반복된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이 같은 투기 행위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간 공급이 충분하다며 규제만 반복하다 뒤늦게 공급대책을 내놓은 탓에 시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집값 상승세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75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8%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준 입주실적은 14만4087가구로 23.8%나 쪼그라들었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제까지 정책이 잘못돼 시장이 이 지경이 된 걸 모르고 아직도 핑곗거리만 찾고 있다"며 "없는 적을 강력하게 처벌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 교란행위는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이것이 부동산시장의 주택가격 상승 및 전세난 등의 문제를 초래한 주된 원인이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근거로 더 강한 규제와 이를 전담하는 감독기관을 두는 것이 해법이라는 식의 방향 설정도 조심해야 한다"며 "금리인상, 개발호재, 수요자 선호도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한데 투기 행위만 콕 집어 일반화하면 현실과 어긋날 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