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안전자산 선호↑
안정화 실패 시 증시에 악재 우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환율을 끌어 올리는 모양새지만, 그 뒤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심리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아직까지는 환율이 1160원대까지 오른 뒤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만에 하나 이를 뛰어넘는 상승 랠리가 벌어질 경우 주식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52.7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장중 1146.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0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어 바로 다음날인 9일 장중 1150원을 넘어섰고, 14일에는 1151.9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다시 썼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연고점을 갈아치운 것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꼽힌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주요국 통화에 비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에 따른 우려에 달러 등 안전자산을 둘러싼 선호도가 강해졌고, 원화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환율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던 지난해 12월에도 확진자수 증가 기간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며 한 달 간 21원의 상승폭을 나타냈지만, 이후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자 안정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확진자 증가에 따라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안정되고 백신 접종이 다시 속도를 내면 환율의 빠른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보다 물가가 관건
하지만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는 실질적 이유는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에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역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이는 요소다.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란 관측이 커질수록 국채 금리는 급등하게 되고, 이와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 역시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며 강세를 보이게 되는 구조다.
그래도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수출이 회복되며 달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단은 기존 전망인 1160원을 유지하고, 이를 상회하면 오버슈팅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물가 경로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출구전략 이슈가 국내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환율 레인지는 1125~1175원으로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율 상승폭이 커질 경우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염려도 함께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 불안정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짙어지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이탈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미 7월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종목 2조9077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와중 환율 변동성에 따른 외국인 수급 악화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