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입당까지 속전속결
정치권도 놀란 崔의 속도전
미담 부자로 당내 적(敵) 없어
시대 화두 '통합·상생'과도 잘 어울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속전속결 국민의힘 입당 결단을 내리며 정치권의 호평을 받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 격이라는 기존의 정치권 해석에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지율과 인지도 면에서 윤 전 총장에 비해 열세지만, '정당인'으로서의 장기 행보를 고려하면 결단력과 도덕성 측면에서는 강점을 갖는다는 평가다.
16일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 중 하나로 '결단력'을 꼽고 있다. 최 전 원장이 대권 등판설이 돌자 일찌감치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하고, 물러난지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것에 정치권은 꽤 놀란 분위기다.
감사원장직 사퇴 이후 국민들을 향해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된 이유나 감사원장직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자신의 세력을 모으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어제)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포섭하려고 말할 것도 준비했는데, 최 전 원장이 정당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평당원부터 시작하겠다 하셔서 설득할 기회도 없었다"며 "의지가 강하고, 마음먹은 일에 추진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마침 윤 전 총장의 길어지는 '회동 정치'로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최 전 원장의 깜짝 결단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된 측면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부친상을 당하기도 했던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갖더라도 나무랄 사람이 없었을 텐데 큰 결단을 내렸다"며 "당내 주자들과 경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할 기본 자질은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과 비교해 도덕성 측면에서 검증이 끝났다는 점도 또 다른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처가와 관련한 의혹으로 여권의 거센 공격을 받는 것과 달리, 최 전 원장은 검증 부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미담 부자'로 유명하다. 최 전 원장이 경기고 재학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어 매일 등하교 시킨 일화와 판사 시절이던 2000년과 2006년에는 두 명의 아들을 입양한 것은 그의 감사원장 취임 당시부터 소소한 화제가 됐었다. 시대의 화두 중 하나인 통합이나 상생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온화한 인품으로 당내 적(敵)이 없는 최 전 원장의 입당 결정에, 당 안팎에서는 최 전 원장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곧장 시작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3선 중진인 조해진 의원이 최 전 원장을 돕기로 마음을 먹었고, 초선 의언 중에는 김용판 의원과 김미애 의원 등이 최 전 원장을 적극 조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 밖에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조대환 전 민정수석 등이 최 전 원장을 지원할 전망이다.
최 전 감사원장 대선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최 전 원장이 입당을 하고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정치인이 많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국민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는 최 전 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더 적합하다"면서 "최 전 원장은 분노와 갈등 보다는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는 분이고 탄핵하고도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