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변호사 "공무원자격사칭죄 성립 요건 충분,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
법조계 일각 "단순한 경찰 사칭에 그쳤다면, 관명사칭죄 해당 10만원 이하 벌금"
윤석열 측 주장대로 '윗선의 지시' 확인되면…강제수사 불가피, 구속수사로 진행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MBC 취재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해당 취재진이 공무원자격사칭죄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경찰 사칭이 윗선 지시로 행해졌다면 구속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지난 10일 MBC 기자 2명과 책임자 1명 등을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MBC 취재진은 지난 7일 경기 파주시 한 민간인의 집 앞 승용차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이 민간인에게 전화해 경찰을 사칭한 뒤 김 씨의 지도교수 주소를 알아내려고 했는데, 이는 공무원자격사칭죄와 강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현장 기자들만의 단독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윤 전 총장 측 고발의 요지다. MBC 측은 현재 취재윤리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사규에 따라 해당 취재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전문가 대다수는 경찰 사칭만으로도 이들이 벌금형을 피하기 어려우며 취재 과정에서 경찰의 직권까지 행사했다면, 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의 이승기 변호사는 "MBC 취재진이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속이고 민간인에게 김 씨의 지도교수 행방을 묻고 답변을 받는 방식은 수사기관이 특정 인물의 소재를 파악하는 탐문수사와 흡사하다"면서 "이는 공무원자격사칭죄 성립 요건을 충분히 갖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2년 모 언론사의 PD가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중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해 관련 답변을 받은 뒤 방송한 사건에서 법원이 공무원자격사칭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선례도 있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MBC 취재진이 경찰 사칭으로 주소지를 알아내려고 한 행위가 경찰의 직권 행사에 해당하는지는 법리적으로 좀 더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며 "단순히 경찰 사칭에 그쳤다면 경범죄처벌법상 관명사칭죄에 해당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측의 주장대로 경찰 사칭이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확인되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MBC 측은 해당 취재진의 단독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했던 민간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 소환 조사가 이뤄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 과정에서 취재진의 컴퓨터나 핸드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통화내역 등이 확인될 것이고, 만약 윗선 개입 정황이 파악된다면 수사범위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력 대권 주자가 관계된 정치적인 사건으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경찰 사칭 문제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구속 수사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요죄 성립 여부도 논란인데, MBC 취재진이 주소지 파악에 협조를 강요했다거나 실제로 관련 정보를 얻어냈다든지 하는 사실이 없는 만큼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일으킬만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며 "MBC 취재진이 상대에게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입게 될 구체적인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강압적 방식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강요죄 성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사평론가 서정욱 변호사도 "취재진이 협박조로 지도교수의 주소를 추궁함으로써 실제 관련 정보를 얻었다면 상대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으므로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