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53.65% 극단 휴업...계획 사업 752건중 607건 취소
소규모 공연 축제에 대한 정부 예산 삭감
국내 뮤지컬 시장이 4000억 규모로 성장, 공연계의 60% 이상을 지탱하면서 해마다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19는 장르, 규모 등 각 분야의 격차를 부추겼고, 특히 아동·청소년극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는 지난해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청소년공연 및 예술교육 피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손실 금액만 해도 25억1311만3800원으로 추정됐다. 해당 기간 공연 취소는 184건, 연기는 95건, 환불은 6건이다. 예술교육 취소는 23건, 예술교육 연기는 32건, 예술교육 환불은 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단체회원과 개인회원, 한국인형극협회, 유니마코리아(세계인형극연맹 한국지부) 등의 피해 사례를 집계한 결과다. 모든 아동청소년 공연의 피해가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아시테지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상징성이 있다. 언급된 사례 외의 피해액까지 더한다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대극장 뮤지컬을 비롯한 일부 공연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공연을 이어왔던 것과 달리, 아동청소년극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연을 소비하는 주체, 즉 주요 관객층이 전염병에 취약한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아동극 제작사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장르의 공연들보다 먼저 공연을 중단하거나 연기해야 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공연 분야는 공연장에서는 물론, 학교와 유치원을 찾아가는 ‘예술교육’ 부문으로 활성화가 되어있는 분야다. 한 아동극 전문 극단 관계자는 “평소와 같았다면 학교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야 할 시기인데 코로나19 이후 개학이 미뤄지고, 재택(온라인) 수업 진행으로 인해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민간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경우는 단체 관람을 예약했던 학교가 감염 우려로 모두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다수의 공연이 취소됨에 따라 제작비가 휘발되면서 아동청소년극 배우와 스태프들의 생활고도 심각한 수준이고, 이들을 구제할 방법조차 없다는 점이다. 실제 아시테지코리아가 지난해 4월 24일부터 6월 14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관련 피해 사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53.65%(22건)의 극단이 휴업했고, 당초 계획사업 752건 중 607건이 취소됐다.
정부가 코로나 19로 위기를 맞은 공연계를 위해 융자 등의 다양한 간접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아동청소년극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아동청소년 공연 관계자는 “정부의 공연계 지원은 성인 대상의 공연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한 초청 공연 취소 통보를 받고, 피해를 증명하기 위한 공연 기획 관련 증빙을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당초 구두로 계약이 진행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따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전국 각지의 소규모 공연 축제도 정부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0일 한국연극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는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를 발족하고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국청소년연극제, 아시테지 아동극축제, 젊은연극제 등 우수 축제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예산 삭감으로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중 대한민국공연예술제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든 축제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비상회의 관계자는 “이 같은 결정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의 접근 방식에 관한 인식 부족과 예술정책 부재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의 삭감과 확보 시비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 예술진흥정책을 더 어렵게 만든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 환경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