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8개사 시장 참여 희망
진입 요건↓…소액보험 기대↑
"고객 데이터 유출 우려 주의"
핀테크 기업들이 '미니보험' 출시를 예고하면서 보험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핀테크들이 소비자 데이터 확보, 플랫폼 마케팅 차원에서 미끼상품을 내놓는 데 그칠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핀테크의 보험 관련 데이터를 보험산업에 국한해 사용케 하는 새로운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소액단기보험 수요조사업체 조사 결과 핀테크 8개사와 보험사 2개사 등 총 10개사가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조사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한라이프, 카카오페이 등이 조사서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위험들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료가 저렴해 '미니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보험 가입이 1회성이거나 가입 기간도 1년 미만으로 짧다. 주로 반려동물(펫)보험, 여행자보험, 날씨보험 등이 대표적인 상품으로 거론된다. 보험료가 소액이고 위험보장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간단해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다.
국내에 미니보험 시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이 펫·레저·여행 등 실생활 미니보험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 종류가 한정돼 있는 데다 실질적인 보상보다는 소비자를 끌기 위한 미끼용 상품으로만 활용되다 보니 시장의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미니보험 시장 규모를 전체 보험료의 약 10% 미만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미니보험 시장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1일 미니보험 요건을 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액 5000만원으로 결정하면서 진입 문턱을 낮췄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실제 상품 출시를 목표로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 작업, 예비허가, 본허가 신청을 차례대로 받을 예정이다. 이어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기존 보험사 설립 요건이던 최소 자본 규모를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업계에서는 미니보험 시장 활성화에 대한 우려가 섞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핀테크 기업들이 출시하는 미니보험이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아울러 현재 미니보험만 판매 중인 디지털보험사들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핀테크들의 시장 진출이 결국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행보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미니보험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부실한 보험사가 등장해 보험산업 신뢰도가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미니보험사에 대해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장치 등을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이라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보장을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잘 활용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지와 혜택을 확대 될 수 있다"면서도 "핀테크들이 미니보험 판매로 확보한 데이터로 자체 마케팅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 자료들을 보험산업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지침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