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정책 자화자찬 컨퍼런스 논란
'방역실패' 박능후 '폴리페서' 윤순진 초대
'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원장 좌장에 세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균형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정책, 권력 개혁 등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아젠다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칭찬 일색으로 일관한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각종 포퓰리즘적 정책에 대해 여과 없이 자화자찬하는 모습이다.
KDI는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를 이론·정책적으로 뒷받침해온 국가 싱크탱크다. 정부 정책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유일한 국책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변질된 행태를 보이면서 고유의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빈부격차 역대 최악인데…문재인정부 '포용정책' 칭찬일색
KDI는 6일 이틀 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 포용적 회복과 도약'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포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강조하고 언급한 단어다. 지난 4년간 '포용 정책' 성과를 돌아보고 자축하겠다는 취지다.
포용을 경제 지표로 환산해보면 결국 소득 분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소득 분배는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나타난 악화 흐름을 이어갔고 자산 분배는 현 정부 들어 오히려 퇴보했다. 산학연 각계 각처는 물론 진보 언론에서조차 인정한 객관적 사실이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4분기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계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났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23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7.7% 감소한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는 월소득 932만4300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배율은 4.61배에서 5.47배로 늘었다.
결론적으로 1분위와 5분위 소득이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서 '다함께 못사는 국가' 내지는 1분위 소득 감소폭이 5분위 감소폭보다 커 '역대 최악의 빈부격차'라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정책적 실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기조 강연과 각 세션별 제목도 정책에 대한 칭찬일색의 연속이다. 각 제목을 보면 ▲기조강연은 '코로나19 대응과 위기에 강한 정부' ▲제1세션 '한국판 뉴딜과 미래를 여는 정부' ▲제2세션 '포용사회와 복지를 확장한 정부' ▲제3세션 '공정사회와 권력을 개혁한 정부' ▲제4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평화를 유지한 정부' ▲종합토론 '문재인 정부 4년의 변화와 포용·회복·도약' 등이다.
박능후, 윤순진 등 '친문계 인사' 강연자로
컨퍼런스 기조강연자와 토론자도 대부분 친문계 인사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대응과 위기에 강한 정부' 기조강연자로 나선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갖은 말실수와 거짓말로 구설수로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란 발언과 "대한감염학회가 중국발 입국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논란으로 야당 사퇴 요구를 받았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병증 발생원리와 치료방법을 모르는 최악의 보건·의료정책을 폈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과 끈끈한 유대감과 청와대 신임으로 그해 12월까지 자리를 유지하다 교체됐다.
'탄소중립 선언 국가들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주제로 토론자로 나선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 역시 조국 딸 장학금 관련 '국회 위증죄'로 검찰 고발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게다가 윤 교수는 대표적 친정부 성향 탈원전론자다. 탄소중립에 대한 편향된 의견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는 2018년 7월 탈원전 옹호 의견을 적극 낸 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에 발탁됐으며 현재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프로페서 보단 폴리페서(politics와 professor 합성어, 대학교수직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며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람)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장표 KDI 원장 역시 취임 후 첫 컨퍼런스임에도 불구하고 좌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설계자였던 그는 지난 6월 원장 취임 때에도 자격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에 직접 컨퍼런스 좌장까지 맡으면서 KDI 안팎으로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홍 원장은 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소주성을 설계한 인물이다. 경제수석 시절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소주성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다 생산·소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소득 분배 상황이 악화되는 등 '고용 참사' 통계까지 받아들자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를 KDI 수장으로 등용한 처사는 그동안 KDI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KDI는 그동안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왔다. KDI가 정권 초기에 내놓은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주력 사업 부진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고 산업간 불균형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규제완화와 구조개혁 없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계 한 원로는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야 할 인물을 경제 싱크탱크인 KDI 원장으로 등용한 것도 모자라 컨퍼런스 좌장까지 맡기는 건 정책 논의 중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며 "정부 정책을 견제, 지적하고 대안을 내놔야 할 KDI가 균형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