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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스펙트럼] 동행세일이라며? 동행길엔 '전통시장' 멸시


입력 2021.07.07 07:00 수정 2021.07.06 20:29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정부, 유통업체 출점 제한 등 전통시장 활성화 외치더니 이번 행사에선 등한시

특성상 큰 폭 할인 어렵고 온라인 참여 한계…"진전성 있는 지원책 마련" 절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 걸린 대한민국 동행세일 현수막. ⓒ뉴시스

“동행세일이 뭐예요? 행사를 하든 안하든 손님이 별로 없어요.”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의 말이다. A씨는 “동행세일 이란걸 하는지도 몰랐고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손님 자체가 없는데 세일이 무슨 소용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유통업체 등을 돕기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대한민국 동행세일(이하 동행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동행세일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할인행사로 오는 11일까지 실시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동행세일 첫 주(6월24~30일)에 온라인 기획전, TV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채널 등 비대면 판매실적이 총 404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업계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동행세일이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6.8%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역시 24.6%, 16.2% 각각 늘었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남의 집 잔치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동행세일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전통시장 특성과는 맞지 않다.


상인들은 물론 고객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위주이다 보니 온라인 장보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당일 5만원 이상 또는 행사기간 총 10만원 이상을 사용한 고객들을 추첨해 경품을 주는 현장 이벤트도 무용지물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B씨는 “주 고객층과 상인들 대부분이 인터넷·모바일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라며 “동행세일에 참여한다고 해서 매출 상승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건당 10% 정도의 수수료에 택배비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전통시장은 시장 자체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더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을 위해 ‘시장애’ 사이트를 통해 가상현실(VR) 시장 판매를 하도록 했지만 기존에 온라인 판매업이 신고되어 있는 점포만 입점이 가능하다.


서울시 내 350개 점포 중 VR 시장에 참여한 곳은 7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유통업체의 출점·영업시간 제한 등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등한시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동행세일 행사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유통업체 출점제한이나 동행세일 끼워넣기 같은 보여주기식 지원보다는 각 전통시장의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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