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백서원의 백미러] 공모가 논란, 증권사가 문제야


입력 2021.07.06 07:00 수정 2021.07.05 20:2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찰경쟁 속 고평가...당국 제동

건전한 자율경쟁 환경 조성해야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난 4월 일반 공모주 청약 당시 모습. ⓒ뉴시스


“기업들이 중소형 증권사들과 호의적으로 IPO를 준비하다가도, 대형사에서 더 높은 공모가를 제시하면 바로 옮겨간다.”


최근 만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호황에 관해 얘기하던 중 “우리에겐 먼 나라 얘기”라며 “중소형사들은 사실상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면서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모주가 적정가격보다 훨씬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빅딜을 수임하기 위한 대형사들의 ‘기업 몸값 부풀리기’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공모 청약을 예고한 것도 가격 거품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 기업의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55조원을 넘어선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등 외국기업 4곳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모두 배제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카카오페이 역시 미국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 파그세구로 등 외국 금융플랫폼 기업 3곳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외국 기업들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던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지를 당하며 공모가를 낮췄다. 카카오뱅크·페이 역시 이러한 행보를 따라가게 될 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크래프톤은 1차 증권신고서에서 공모희망가액을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하면서 공모가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종전 대비 10%가량 낮췄다. 논란이 됐던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등 글로벌 기업 7곳을 비교군에서 빼고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포함했다. SD바이오센서도 당초 6만6000∼8만5000원으로 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고 4만5000∼5만2000원으로 변경했다. 기존보다 약 40%나 낮췄다.


기업과 프리IPO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히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수록 좋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딜을 따기 위해 기업 입맛에 맞춘 공모가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막대한 IPO 수수료도 벌어들이고 있다. 결국 시장 플레이어들이 시장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양심적으로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투자자 불신만 커지고 있다. 공모 시장이 과열된 만큼 고점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책정한 공모가를 규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증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적정가격 형성이 어려운 만큼 금융당국의 간섭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은 시장 자체의 힘에 의해 기능해야 한다. 장기적인 정책이 아닌 일시적인 개입은 시장 왜곡을 불러오게 된다. 당국은 건전한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룰에 대해선 과감하게 해결하는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