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집행유예 전력…法 "국립묘지 영예 훼손해 비대상 처분 정당"
국가유공자라도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19 혁명 국가유공자 A씨가 "국립 4·19 민주묘지 안장 비대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4·19 민주묘지 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4·19 혁명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돼 2010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A씨는 2020년 국립 4·19 민주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전에 판단해달라고 신청했다가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는 과거 A씨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국립묘지에 안장될 경우 영예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1981년 서울 도봉구에서 만취 상태로 행인을 차로 치어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이 확정됐었다.
A씨는 "음주사고 당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의 치료를 돕고 합의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며 "이후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국립묘지 영예성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음주 사고 당시 원고의 혈중알코올농도(0.39%)가 당시 도로교통법이 허용하는 한도보다 거의 여덟 배 높았다"며 "오랫동안 국가나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미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상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한 심의위의 결정이 객관성을 결여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