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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원희룡 회동…영입파·당내파 잠룡 합종연횡 본격화하나


입력 2021.07.05 04:05 수정 2021.07.05 06:4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일 비공개 만찬 회동…'협력' 다짐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처럼

영입파·당내파 주자간 연대 가능성

국민의힘 '당내파'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당밖 '영입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두 사람은 지난 2일 비공개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데일리안

국민의힘 당밖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전격 회동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영입파' 대권주자와 '당내파' 대권주자 사이의 합종연횡을 위한 접촉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과 원희룡 지사는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은 윤 전 총장이 원 지사에게 연락해 "한 번 보자"고 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회동은 두 사람이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정도로만 전해졌지만, 만찬을 겸한 자리였던만큼 원희룡 지사의 설명대로 "충분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한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등록은 이달 12일부터다. 또 당헌 제72조는 대선 12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기한은 오는 11월 9일까지다. 경선이 본격화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대권경쟁 구도는 1997년 신한국당과 유사하다. '영입파'와 '당내파' 대권주자가 할거해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양상이다.


'영입파' 대권주자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필두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있다. '당내파' 대권주자로는 국민의힘 홍준표·김태호·하태경 의원과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황교안 전 대표 등이 있다.


구룡쟁패라 불렸던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영입파' 이회창·이수성·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박찬종 전 신정당 총재, '당내파' 김덕룡·김윤환·이한동·최형우 의원과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할거하고 있었다. 당시 잠룡들은 영입파와 당내파, 민주계와 민정계, TK·PK와 비(非)영남 등으로 나뉘어 합종연횡을 모색했다.


지금의 국면에서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영입파' 주자와 '당내파' 주자가 합종연횡을 위한 접촉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영입파' 중 지지율 가장 높아
원희룡, 핵심당직 경험…당내 기반 보유
법조기수 부담없고 공감대 형성 여지 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당내파' 대권주자 중에서 원희룡 지사를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원 지사는 2000년 총선을 통해 등원한 이래 3선 의원을 지내면서 각각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최고위원을 한 차례씩, 그리고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다.


당내 의원들의 지지 모임인 '희망오름'이 곧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모임에 이름을 올린 의원 숫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선출된 이래, 밖에 나가 있지만 당내 기반은 여전히 튼실한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입장에서도 원 지사와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부담이 없다. 윤 전 총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법시험을 '9수' 했다. 윤 전 총장의 동년배 법조인 중에서 윤 전 총장보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 기수가 늦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일례로 황교안 전 대표는 1957년생으로 1960년생인 윤석열 전 총장보다 세 살 위지만, 황 전 대표는 사시 23회·연수원 13기인 반면 윤 전 총장은 사시 33회·연수원 23기로 무려 10기수나 차이가 난다. 황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나는 나이가 큰 차이 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서도 "시험으로서는 10년 후배"라고 말했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바로 원희룡 지사다. 원 지사는 사시 34회·연수원 24기로 윤 전 총장의 한 기수 후배다. 이렇게 된 것은 원 지사가 사법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10년 가까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기 때문이다.


신군부 반대 투쟁에 헌신한 원희룡 지사와 5·18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가 사달이 나서 외가가 있는 강원도로 몸을 피해야 했던 윤석열 전 총장은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 그만큼 만나서 의기투합하기 쉽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같은 점을 가리켜 "두 잠룡이 한동안 각자 대권 가도를 뛰겠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며 "만나서 교감을 가진 것만 해도 그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尹, 앞서 정진석·권성동 만나 양날개 펼쳐
향후 TK 지역 정치권과 접점 모색 가능성
이회창에 있어 '허주' 해당하는 존재 필요


국민의힘 당밖에 위치한 '영입파' 대권주자들과 당내의 '당내파' 대권주자들. 윗줄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의원, 김태호 의원, 하태경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상수 전 의원. ⓒ데일리안

윤석열 전 총장은 원희룡 지사와의 만남으로 끝내지 않고, 향후 계속해서 국민의힘 당내 정치인들과의 접점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게 되면서 부족한 당내 기반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입파가 당내파에 비해 당원을 접촉할 기회가 적어 불리하다는 말은 이미 24년 전인 1997년에도 나왔던 말"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한동안 우리 당 의원들을 만나다가 '국회의원들을 만나니까 내 말이 잘못 전해진다'며 기겁하고 중단했지만, 다시 만나기 시작한 것은 접촉의 필요성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자신의 뿌리를 충청에서 찾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한 집안이 논산에서 500년 넘게 살았고 아버지 때 학교(공주농고)를 다니기 위해 공주로 간 것"이라며 "내 피는 충남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충청권의 최다선인 5선 정진석 의원과의 연대는 자연스럽다.


또, 강원도는 윤 전 총장의 외가가 있는 곳이고 전두환 모의재판 사형 구형 파문으로 힘들었을 때 몸을 숨겼던 곳이다. 강릉을 지역구로 하는 4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의 정치선언식이 열렸던 매헌기념관으로 들어서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윤석열계로 분류해도 되는지를 묻자, 자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중의 한 사람으로 분류해도 괜찮다"고 긍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의 다음 수순은 아무래도 대구·경북(TK)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방향이 되지 않겠느냐고 바라보고 있다. 97년 신한국당 구룡쟁패 당시 승리한 합종연횡이었던 이회창 전 총리와 허주(虛舟) 김윤환 의원과의 연대를 놓고보면 이 점이 뚜렷해진다.


이회창 전 총리는 자신이 직접 충청도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충남 예산에서 찾았다. 그런 이 전 총리에게 허주는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의 지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보완적 관계였다. 5공 잔당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민정계에 대쪽 이미지가 생명이던 이 전 총리가 직접 구애하기 껄끄러웠지만, 민정계인 허주는 이 문제 또한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특히 97년 대선 때는 상대가 호남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던 반면 다가올 내년 3·9 대선에서는 경북 안동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력 상대 후보로 뛰고 있다는 점에서 TK와의 접점 모색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이 TK와 접점을 모색하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라 뒤로 미뤄지는 것일 수 있다"며 "아무래도 TK가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적폐청산 수사 문제가 있어 접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TK쪽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해서 같은 심정인 것은 윤 전 총장 정치선언식에 참석한 TK 지역구 현역 의원이 초선 홍석준 의원 한 명 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마음이 가볍고 발걸음이 내키는 접촉만 하려다보면 대권 꿈을 이룰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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