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보유금액 2036조…1분기 3.1%↑
코로나發 제로금리에 수익률 '바닥'
국내 5대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제로금리 탓에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은행들로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자산의 덩치는 불어나지만 운용 효율은 떨어지는 투자 박리다매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총 자산은 2036조11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은행들의 자산이 2000조원을 돌파한 건 올해가 최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자산이 447조808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하면서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439조3488억원으로, 하나은행이 410조6847억원으로 각각 2.7%와 3.7%씩 자산이 늘며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 역시 389조8316억원으로, 농협은행도 348조3371억원으로 각각 4.1%와 3.2%씩 자산이 증가했다.
은행의 자산이 이처럼 확대됐다는 건 그 만큼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이 풍부해졌다는 의미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출로 내주거나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가진 은행 입장에서 자산 확대가 희소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에 '촉각'
문제는 자산의 덩치는 커졌지만 정작 중요한 투자 효율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5대 은행들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7%로,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ROA는 기업의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악화시킨 가장 큰 악재는 장기화된 저금리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로금리가 현실이 되면서 은행들의 주름살은 어느 때보다 깊어진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은이 잇따라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가계 빚 급증과 인플레이션 압박 등 제로금리 부작용이 커지면서 올해 안으로 금리 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자산을 크게 키워 놓고도 저금리 악재에 발목이 잡혀 온 은행들로서는 이 같은 변화가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투자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은 한층 더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꾸준히 성장해온 은행들의 자산이 금리 인상과 맞물릴 때 실적 개선 측면에서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