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에 배정
알권리 침해·제품 품질 저하 우려↑…“기업보단 소비자 건강 최우선 고려해야”
1963년 이래 현재까지 화장품 용기에 표기되고 있는 제조업자 정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제조원 표기 의무를 삭제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서다.
소비자 안전과 알권리를 위해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전반적으로 전성분 표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제품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인은 작년 9월16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는 ‘화장품 제조업자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배정돼 있으며, 법안 통과 여부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개정안이 소비자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를 봐도 "화장품제조업자에 대한 정보 표기를 의무화 하고 있어 화장품 분야의 주요 수탁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안전 및 알권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소비자단체들도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기업, 국회, 정부 등 그 누구도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지 않다"며 "시장과 기업의 요구와 논리만으로 기존에 있던 표시 사항을 삭제해 표기 의무 범위를 축소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 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물티슈 독성물질 검출 사건 등으로 2018년부터 제품 표시 사항에 대한 각종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화장품 개정안은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화장품법 최초의 제정 목적에 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장품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화장품의 제조∙수입∙판매 및 수출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과 화장품 산업의 발전에 기여함으로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화장품은 인체에 사용되는 것이 전제되는 물품이므로, 국민의 건강권 측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을 화장품법 제정 목적인 1조에 명확히 한 것이다. 소비자 건강권이 기업 이익이나 산업적 논리 등 그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2000년대 이후에도 화장품법 개정은 소비자의 안전과 관련되거나 소비자의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표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뱡향으로 개정돼 왔다.
▲전성분 표시 의무화(2008.10.18) ▲유기농화장품으로 표시광고 시 유기농 원료의 함량 표시 의무화(2012.2.23) ▲견본품 등 소포장 화장품에 제조번호와 사용기한 기재 의무화(2017.2.4), 알레르기 유발성분 함유 착양제의 경우 해당 성분 명치 표시 의무화(2020.1.1)등이 대표적이다.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화장품 제조업체는 화장품 원료의 안전성 등에 대해 책임을 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정보를 빼버리면 판매업자가 제품의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구조 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월 30만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을 관리자로 고용해 품질관리 및 안전 확보 등에 나서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원산지나 원료 등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제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SNS 릴레이 캠페인 등을 통해 제조원 자율 표시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제조업자 자율표기 또는 표기의무를 선택함에 있어 국민의 건강권, 보건권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이를 두텁게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자 자율표기는 그동안 화장품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며 약사법, 의료기기법, 식품위생법 등 국민보건 및 건강증진을 입법 목적으로 밝히고 있는 다른 법령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