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 10억 돌파, LTV 혜택 늘어도 체감효과 '미미'
하반기 집값 상승세 지속 전망…"빚내서 집사고 책임도 알아서"
이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이 낮아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목표지만, 단기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시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무주택자는 집을 살 때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서민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우대요건 및 혜택을 확대해서다.
기존에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였지만 앞으로는 9000만원 이하로 완화된다. 생애최초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주택 금액은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 주택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혜택은 기존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까지 허용해 주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의 60%를, 조정대상지역에선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최대 대출한도는 4억원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다수 서민의 주거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단기간 집값이 급등해 이러한 완화규제가 내 집 마련을 뒷받침해주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서울에서 9억원짜리 집을 산다면 LTV 완화 기준에 따라 총 5억1000만원의 대출이 실행돼야 하지만, 최대 한도인 4억원까지만 가능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기 때문에 신용대출로 부족한 금액을 충당하기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서울에서 LTV 우대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KB부동산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0억1417만원이다. 처음으로 10억원선을 넘었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의 한가운데 위치하는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절반이 10억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평균 매매가격도 올랐다.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게 인식됐던 강북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9억원을 넘어섰다. 한 달 전보다 1500만원가량 상승한 9억29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5371만원이다.
앞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제2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회의에서 "서울 집값이 장기 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과도한 레버리지가 집값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주택공급 및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테니 과도한 기대심리나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높은 가격에 추격 매수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반면 업계에선 올 하반기에도 집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일부 완화규제로 인해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영끌', '패닉바잉' 현상 역시 지속될 거라는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 우대혜택과 동시에 DSR 강화 등 상반된 규제가 동시에 시행되기 때문에 결국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더 줄어드는 격"이라며 "약간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이러한 변수로 수도권으로 분산효과가 나타나거나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천정부지 오른 상황에서 일부 규제 완화는 결국 빚내서 집사고 그에 대한 책임도 알아서 지라는 것"이라며 "일부 유동성이 풍부한데 한도가 조금 모자랐던 사람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진짜 소득이 부족한 사람은 집이 필요해도 살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보고 내 집 마련 전략을 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장 안정화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