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 내는 캐시카우에서 발목 잡는 골칫거리로 전락
지하철 9호선 입점으로 매장 늘렸던 랄라블라도 동반 하락세
2018년 론칭 이후 적자행진…조윤성 대표 구원투수 카드도 효과 못 봐
부진을 겪고 있는 해외사업과 함께 합병 법인으로 거듭날 GS리테일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부동산개발사업이다. 한 때는 시장 포화로 정체기를 맞은 유통사업을 대신해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임대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 하락을 견인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1분기만 해도 GS리테일의 부동산개발사업은 편의점과 수퍼 사업에 이어 매출 비중이 3번째로 높았다. 그간 3대 사업으로 편의점, 수퍼, 호텔을 꼽았지만 작년 1분기에는 개발 사업 매출(579억원)이 호텔(453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영업이익 면에서는 적자를 낸 호텔과 달리 491억원으로 GS리테일의 주요 사업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경기 광교몰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450억원)이 포함된 수치기는 하지만 편의점 등 주력 사업을 제쳤다는 점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상황은 1년 만에 반전을 맞았다. 올 1분기 부동산개발사업 매출액은 13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6.1%,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86.4% 급감했다.
자산 규모가 작년 1분기 1조169억원, 올해 1조232억원으로 0.6% 소폭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임대사업 공실률이 높아진 것이 실적 부진의 핵심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주요 사업으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디자인장터 20여개 매장을 비롯해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서울대 병원 외래센터, 경희의료원 복지시설 등이 있다.
이중 신분당선처럼 올해가 계약 만료인 곳도 있지만 길게는 2038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한 곳도 있다.
문제는 이들 위탁 매장의 영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매장 공실률이 높아지고 이는 운영을 맡은 GS리테일의 적자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 부동산개발사업 만의 악재로 끝나지 않는다. GS리테일이 지하철 9호선 위탁운영을 하면서 자사 H&B스토어인 랄라블라 입점을 추진한 것이 패착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장 공실률 확대에 따른 손해와 랄라블라 실적 감소 두 악재를 동시에 겪고 있는 셈이다.
GS리테일은 지난 2018년 10년 넘게 운영해온 ‘왓슨스’ 대신 독자 브랜드인 ‘랄라블라(lalavla)’를 론칭했다. 랄라블라를 통해 유통 외 뷰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론칭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하면서 매장 수도 계속 줄고 있다. 2018년 168개였던 매장은 2019년 140개, 2020년 124개로 매년 감소했다. 올 들어 감소세는 이어져 현재는 110여개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작년의 경우 지하철 9호선 내 입점 매장이 영업 부진으로 다수 폐점하면서 감소세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지하철 역내 입점 매장 수는 신분당선 강남역 등 9곳에 불과하다. 론칭 당시 매장 수를 3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사실상 불가능한 숫자가 됐다.
만년 적자인 랄라블라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2019년 당시 조윤성 사장을 GS25, GS수퍼(GS더프레시), 랄라블라를 아우르는 플랫폼BU장 선임했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랄라블라는 2018년 254억원 손실을 낸데 이어 2019년에도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부터는 랄라블라 실적이 이커머스 사업과 함께 ‘공통 및 기타’ 항목으로 분류돼 별도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매장 감소에 따른 지출 등을 감안할 때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헬스 앤 뷰티) 사업 부문의 손상차손 규모는 2019년 53억원에서 작년 79억원으로 49.1% 증가했다. 작년 랄라블라가 포함된 ‘공통 및 기타’ 부문 적자는 571억원 규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은 2019년 적자가 컸던 지하철 6, 7호선 위탁 운영 사업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나 했는데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부진을 겪는 모양새”라며 “최근에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만큼 당분간은 부동산 사업 부진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구설수…소비자 신뢰 회복 급선무 [합병 GS리테일의 숙제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