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소 등 반성 없는 태도에 배구팬 여론 등 돌려
부담 느낀 흥국생명 구단, 차기 시즌 선수 등록 포기
흥국생명 배구단이 학창 시절 ‘학폭’ 논란에 휩싸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대한 다음 시즌 선수 등록을 포기한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30일, 박춘원 구단주가 직접 입장을 밝히며 “팬들에게 실망을 끼치게 돼 사과한다”며 “구단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구단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지난 2월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내렸고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며 “구단은 두 선수가 선수로서 활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미등록한다”라고 덧붙였다.
쌍둥이 자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지난 1년이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던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와 한솥밥을 먹기 위해 흥국생명행을 택했다. 이들만으로도 강력한 우승후보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까지 가세하며 역대급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배구계 관계자들은 흥국생명의 압도적 선수 구성에 전력 불균형의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뜩이나 높아진 배구 인기에 날개를 달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관중을 받을 수 없었으나 TV 중계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내달렸고 흥국생명은 물론 다른 구단들까지도 인기에 가세하며 진정한 배구의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건이 터졌고 파장은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되며 걷잡을 수 없는 불로 번졌다. 결국 소속팀 흥국생명은 이들에 대해 무기한 출장정지, 대한배구협회도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쌍둥이들도 피해자들에게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들 SNS에 공개됐던 자필 사과문은 슬그머니 사라졌고 급기야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들을 고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거의 일이 사실과 다르며 부풀려졌다는 것이 고소의 이유였다.
여기에 흥국생명 구단마저 이재영의 차기 시즌 복귀, 이다영의 그리스행을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여론은 최악의 치닫고 말았다. 결국 큰 부담을 느낀 흥국생명은 이들의 선수등록을 포기하며 다시 고개를 숙인 모양새다.
반성 없는 모습에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흥국생명 본사와 프로배구연맹(KOVO) 건물 앞에서는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까지 펼쳐졌다. 유례없는 팬들의 행동은 쌍둥이 자매에 대한 여론이 얼마나 험악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대표팀의 선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프로배구연맹과 각 구단들도 지난 10년간 다양한 이벤트 및 최고의 서비스로 팬층을 두텁게 만들며 지금의 자리까지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쌍둥이 자매와 흥국생명 배구단의 안일한 대처가 배구판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10년간 쌓았던 공 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