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남자 있어도 제압했을 것…배신감과 상처 컸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이 사전에 치밀한 범행을 계획했다는 진술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동기와 당시 상황 등을 진술한 내용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장소를 피해자들의 주거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가 늦은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집에 들어가 범행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집에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그때는 그 정도로 배신감과 상처가 컸으며,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지고 화가 커져 범행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김씨는 피해자 중 큰딸이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해 범행 날짜를 골랐다고 답했다. 그는 큰딸이 범행 당일인 3월 23일 이후 24일과 25일 이틀간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돈 주고 사는 것은 꺼림칙해 훔쳤다"고 말하고 이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경동맥' 등 급소를 검색한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가족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피해자 중 동생을 먼저 살해한 뒤에는 이제 벗어날 수 없고 잡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범행 당일 김씨는 큰딸을 살해하기 전 잠시 대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친과 동생을 살해한 뒤 집에 머물던 김씨는 퇴근한 뒤 귀가한 큰딸을 마주하자 다른 곳에 신고하거나 전화하는 것을 막을 요량으로 칼을 든 채 휴대전화를 가장 먼저 빼앗았다.
이후 큰딸이 칼을 내려달라고 설득한 뒤 칼을 빼앗았지만, 서로 실랑이하다 결국 김씨가 흉기를 다시 빼앗아 피해자에게 휘둘렀다. 이후 김씨는 피해자들의 주거지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숨질 만큼의 자해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왼팔에 자해한 흔적을 재판관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하는 한편 김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내달 19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