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정부 주도 정책만으로는 지속 성장 어려워
고용 유연성 키우고 민간이 원하는 규제혁신 필요
“대외정책은 내용이 없어서 오히려 잘 될지도 몰라”
정부가 4.2%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경제성장률 4.2%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사실상 정부 주도 정책만으로는 민간 경기 회복을 이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4.2% 달성을 중심으로 완전한 경제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구조 대전환을 위한 정책들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방향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4.2%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애초 정부가 목표한 4.0% 경제성장률도 추경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인데 4.2%로 높여 잡았다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추경편성을 계획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부족에 델타 바이러스 출현까지 겹쳐 내수회복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라며 “상승세를 유지 중인 수출도 하반기 둔화할 소지가 크고 연내 금리 인상이라는 민간부채 리스크도 존재하는 만큼 경제성장률 목표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또한 “4.2% 성장 목표는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며 “성장률 수치야 정부가 높게 잡을 수 있지만 실제 경제가 그렇게 성장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정부 주도가 많은데 그 정도 규제 완화로는 민간부문 경제 활성화가 어려울 것 같다”며 “대대적인 규제 완화 없이 경제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증가세와 건설경기 회복으로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고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본격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원식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4.2% 경제성장률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성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문제는 2019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느냐에 달렸고, 그런 수준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비슷했다. 이 팀장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등에 대한 전망과 이에 따르는 정책 방향이 없다”며 “글로벌 법인세 재편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전략 수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 대책에 대외정책이 없어 오히려 그나마 대외부문이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본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양 교수는 “소부장 정책이나 FTA, 바이든표 GVC 개선, 탈중국화 대응 등 수출환경을 악화하는 정책이거나 아니면 사실상 무대책”이라며 “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 구축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고용 바탕 정책 중심에 민간이 있어야”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경제 선순환이 유지되고 무엇보다 고용시장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팀장은 “정부가 일자리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고용 경직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공공일자리 중심으로만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므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고용창출 여력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회장 역시 “기업투자나 유턴기업 지원 등은 노동시장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최저임금 동결과 주 52시간 근로 완화 등은 경제 회복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는 사회가 아니라 (민간 기업의) 개별·자율계약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고용 증대를 위한 노동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 청년층과 40대 고용이 이 미래를 담보한다”며 “이와 함께 법인세 인하와 민간분야 고부가가치 산업투자를 유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 또한 “노동시장 문제를 안 건드리면 경제 활성화는 어렵다”며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도 거기에선 양질의 일자리가 나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교수는 “장기적으로라도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