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메가FTA・CPTPP 등 국제협력만 언급
신남방・북방정책, 사실상 마지막 해…미완성으로 끝날듯
소비진작 위한 캐시백 제도…백화점・온라인쇼핑몰도 못쓰는 ‘개살구’
정부가 28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올해 경제성장률 4.2%에 초점을 맞췄다. 하반기 정책 핵심은 ‘경제회복’이다. 정부는 소비심리를 끌어 올리는 방안에 역점을 뒀다. 카드사용액 증가분을 캐시백으로 환급해주는 ‘상생소비지원금’을 대표 정책으로 내놨다.
하반기에는 전체적인 정책방향이 내수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4%대 경제성장률을 의식한 탓에 일회성 대책을 쏟아낸 배경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외경제 비중이 확 줄어든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하반기도 예외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외경제에 소홀해지면서 정책 균형이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127페이지 분량 중 대외경제는 고작 3페이지 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대외경제정책의 실종이다. 총 127페이지 분량의 자료에서 대외경제로 명시된 내용은 3페이지가 전부였다. 금리인상, 탄소세 등이 간간히 다른 분야에서 언급됐는데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지 못했다.
3페이지에 언급된 대외경제정책 역시 기존 진행상황 경과를 정리한 수준에 그쳤다. 메가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국제경제 협력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내용이다.
양자 FTA는 하반기에도 더딘 흐름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핵심산업 공급망 협력, 첨단 과학기술 협력, 기후변화 대응 공조, 인적교류 활성화 등을 담았다.
중국과는 내년까지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강조하며 문화콘텐츠・관광분야 협력 강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 감소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급감했다. 현재 국내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줄었다.
신북방 지역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렇다보니 하반기 경제정책에도 뚜렷한 방향설정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신북방 지역의 경우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 등 협력성과 가시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한국과 러시아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와 한국-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 회의 등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남방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외에 이렇다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사업, 베트남 사회주택단지 건설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프로젝트 몇 건을 제외하고 정부 주도 사업은 내세울 성과가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기말 신남방・북방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다.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정책수단인 상황에서 하반기 경제정책에 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지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대외경제를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가 강조했던 신남방・북방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올해가 이들 정책의 마지막 해라고 본다면 성과들이 더 나와야 한다. 임기 말에 슬그머니 뒷전에 밀린 듯한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내수 대책 전면에 올라온 ‘캐시백’…역차별 논란 어쩌나
하반기 내수 활성화 대책에서 전면에 부각된 신용카드 캐시백은 시작 전부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내용이 바로 ‘캐시백’이었다. 이번 대책에서 새로운 내용이라는 부분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요 내용은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 대비 월별 3% 이상 증가분에 대해서 10% 캐시백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분기 월평균 사용액이 100만원이었다면, 8월에 153만원을 사용했을 경우 캐시백 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명품전문매장‧유흥업소 사용액, 차량구입비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급한도도 1인당 30만원, 월별 10만원 한도다. 정부는 3개월 간 시행 후 집행상황에 따라 연장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왜 3% 이상 증가분을 설정했냐면 작년, 재작년 보니까 평균적으로 한 2%대 후반 정도는 상반기에 비해서 하반기가 늘어난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부분은 제외하고 그 이상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 10% 캐시백을 월 단위로 환급하는 방식으로 한 것”이라며 “그리고 사용 대상은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명품 전문매장, 유흥업소 사용액, 차량 구입비 등을 제외했다. 원칙적으로 작년에 1차 재난지원금 대상 업종을 중심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개인카드는 정부가 제외한 곳에서 주로 소비된다. 특히 온라인쇼핑몰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보편적인 쇼핑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용처까지 정해놓고 캐시백을 제공하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소비 패턴들을 보면 어떤 부분들은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잘 됐던 부분들이 있다, 백화점, 명품 이런 부분들까지 더 올려주는 것은 우리 정책 목표가 아니다”라며 “사실은 대면서비스 같이 코로나로 인해서 소비가 위축돼서 매출이 빠진 이 부분들, 축 꺼진 부분들을 어떻게 올려줄 수 있을까하는 것이 정부 정책 목표였다”고 말했다.
캐시백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시점에서 혼란도 분분하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캐시백 개념도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캐시백과 구조가 다르다.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은 계좌에 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법이 아니고 카드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카드를 지출할 때 추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즉 최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역화폐’를 연상하면 된다. 다만 지역화폐는 결제 건당 캐시백이 적립되는 반면 상생소비지원금은 월별 실적 단위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캐시백이 카드사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등 업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카드 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 후 카드사와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두 가지 양면효과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앞으로 세부집행방안을 확정하겠다”며 “정부가 준비과정에서 카드사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