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위배율·월평균소득 일제히 악화…불균형 심화
일자리↓주식투자↑…"분위별 소득 더 벌어질 것"
"지역·업종 고려해 임금·분배 정책 재설계 해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적 성장'으로 이름을 바꾼 지 2년이 지났지만 실제 국민 간 양극화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창출 정책이 공수표로 돌아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민소득 균등분배 여부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들이 노동·소득 중심이 아닌 주식·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을 활용한 투기에 집중하면서 소득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5.78배 대비 0.52배p 상승한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다. 이 수치가 클수록 분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5분위 배율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5분위 배율 산출 기준을 2인 이상 가구에서 '1인 가구를 포함'으로 변경하면서 지난해 1분기 지표가 6.89배로 집계됐다는 설명에서다. 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9배p 개선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용정책 강화와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더해지며 소득분배 개선에 성공했다"며 "향후 분배상황이 지속 개선될 수 있게 양극화 정책대응을 더 강화하고 경기회복세가 고용·소득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용정책(소득주도 성장)은 '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생산 증대→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목표로 한 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8720원까지 34.8%나 올렸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일자리를 줄이면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3분기 가계소득동향 지표 개선을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라고 공언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이를 '포용성장'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했다.
정부 주장과 달리 포용성장으로 인한 유의미한 지표 개선은 없었다.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소득 격차가 완화된 것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 소득은 43만6000원으로 23.1% 증가한 반면, 5분위 가구는 54만2000원으로 8.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난지원금이 1분위 가구에 대거 집중되면서 전체 소득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아울러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에서 사적이전지출을 뺀 금액을 의미하는 시장소득만 놓고 봤을 때 올 1분기 5분위 배율은 16.20배로 전년 동기 14.77배 대비 1.45배p 높아지면서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기업 실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양호하게 나타났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업종은 2018년과 2019년 과도한 인상률로 인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소득분배 불균형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지표 역시 가계 살림살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월 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친 규모다. ▲1분기 2.2% ▲2분기 3.5% ▲3분기 1.8% ▲4분기 1.8% 등 1~2%를 기록했던 지난해 소득 증가폭을 하회하는 수치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인 1.1%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0.7% 감소했다.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괴리감은 젊은 세대들의 투기 활동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0년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사람을 일컫는 MZ세대의 올 1월 부터 지난달 말까지의 주식거래액은 6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 급증한 수치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MZ세대가 보유한 가상화폐 계좌는 233만6000개로 전체 가상화폐 계좌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소득불균형 문제가 주식투자를 비롯한 위험자산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건전한 환경이 마련된 상황에서의 투자활동은 고무적이지만 소득불균형에 기인한 위험자산 매몰현상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