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하면 '발목잡기', 불기소시 '면죄부' 논란 예상…여야 양쪽서 '불신의 눈초리'
대선 임박한 시점에 수사결과 나올 가능성…직권남용 혐의 증명 어려워
"정치적 논란 사건 회피 바람직하지 않아, 법과 원칙 따라 수사"…정면돌파 의지 피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한 가운데, 선거개입 논란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졌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든 선거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검찰총장 고발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힌 뒤 "공수처 검사 6분이 내주까지 교육을 받기 때문에 본격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직 사건은 입건만 한 상태지만, 수사팀 검사들이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어 '대선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선거에 영향을 줄 의향이 없다"며 "그 부분을 적절하게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있게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을 입건한 것 자체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개최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처장을 향해 "입건해 놓고 선거에 영향 없게 수사하겠다니,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검증이 됐고 사회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많은데도 느닷없이 입건을 했다"고 꼬집었다.
거꾸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불기소 처분이 이뤄지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쇄도할 수도 있다.
실제 현재 여권 1위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입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앞서 여권에서는 공수처가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별채용 논란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을 놓고 "기가 찬다" "공수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불신을 가감없이 표출했고, 일각에서는 '공수처 무용론'을 꺼내들기도 했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고발 사건은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제출한 뒤 입건까지 4개월이 걸릴 정도로 복잡한 사안일 뿐더러 특히, 직권남용 혐의는 증명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수사 결과 발표가 대선일과 가까울수록 정치개입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을 인식한 듯 김 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한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정치적인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