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차이' 송영길·이준석 첫 상견례
덕담·농담 오고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宋 "합리적 보수 새 희망"…李 "협치 구축에 방점"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 위한 실무협상단 꾸리기로
"언론에서 '아들뻘'이라고 하는데 '오보'다. '삼촌뻘'이 맞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80세 넘은 분들하고도 소통을 자주하기 때문에 송 대표와도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만났다. 1963년생(58세) 송 대표와 1985년생(36세) 이 대표와의 첫 공식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양당 대표는 서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나누는 등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민주당 대표실에서 25분(공개 10분·비공개 15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양당 대표는 덕담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통과 협치 실현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 대표가) 광주에 가서 5.18 정신에 대해 했던 말씀이나 대구에서 본인을 정치에 입문시켜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다"며 "합리적 보수의 새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 대표 경선 당시) 특히 나경원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억까(억지로 까기) 하지 말자'는 말에 백퍼센트 동의한다"며 "정치를 하다보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본 취지를 억지로 악의적으로 해석해 억지로 까는 소모적인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여야정 협의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겠다는 말씀을 들으며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아주 환영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각자 당내에서 소신 있는 의견을 냈다고 평가받는 저희 두 대표가 선출돼 앞으로는 양당 간 교류가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저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기준들이 앞으로 정당정치의 표준이 되기를 바라면서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억까'와 관련해서도 "야당이다 보니 여당을 지적할 수밖에 없지만 국가 위기 앞에서 '억까'를 한다면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라며 "최대한 여야 간 협치 모드를 잘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고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송 대표가 저보다 연배도 위고 배울 게 많은 정치 선배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식사를 한번 모시고 싶다"며 "어떻게 보면 값싸게 정치경륜을 배울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송 대표는 활짝 웃으며 "정치권에선 현역 의원이 밥을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상단을 꾸리는데도 합의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이 청와대 오찬에서 합의한 기구지만, 그해 11월 첫 회의를 끝으로 2년 반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운영을 위해 실무협상단을 정하자는 요구가 있었다"며 우선 양당 정책위의장을 창구로 협의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송 대표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논쟁의 핵심이 됐던 양당간 협의체냐, 5당을 포함하는 협의체냐에 대해 자유롭게 정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양당 대표 TV 토론도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원외 인사도 국회 연설을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과 원외 당협·지역위원장들의 정치 활동 확보를 위해 당협·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유사 선거사무소로 간주하는 선거법 내용을 개정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고 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송 대표는 이날 자필 서명이 담긴 저서 '송영길의 지구본 외교 : 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와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쓴 '쓰레기책'을 이 대표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송 대표의 서명을 보고 "너무 글씨를 잘 써서 위압감을 느낀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